매몰 추정자 4명 중 60대 식당 여주인 7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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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호 조정호 손형주 김재홍 김선호 기자 = 태풍 미탁으로 비가 내린 부산에 대형 산사태가 발생, 일가족 3명 등 4명이 매몰됐다.

사고 7시간 만에 1명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일가족 3명은 아직 행방조차 찾지 못했다.

목격자들은 사고 전 석탄재로 연병장을 조성한 산 정상 부근 군 훈련장에서 검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전조증상을 보인 뒤 순식간에 수천t이 넘는 엄청난 양의 검은 토사가 400∼500m를 흘러 일대를 덮쳤다고 말한다.

경찰은 많은 비에 비탈 지반이 약화했거나, 석탄재로 조성돼 지반이 약한 예비군훈련장 운동장에 물이 한꺼번에 흘러들면서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 등 원인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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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않는 휴대전화'…4명 매몰

3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 태풍 미팍 상황이 종료될 즈음인 이날 오전 9시 5분께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등 2곳을 덮쳤다.

매몰된 주택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혔다. 식당은 가건물로 된 천막 1개 동이 매몰됐다.

주택에는 사고 당시 일가족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4명이 함께 거주했으나 사고 당시에는 75세 남편과 70세 아내, 48세 아들만 있었다고 소방본부는 설명했다.

부산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가족 중 한명이 이들 3명이 해당 주택에 있었다고 말해 매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는 현재 매몰된 장소로 주변으로 뜨고 있고 통화도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식당에서는 주인인 배모(65·여) 씨가 매몰됐었다.

배 씨는 사고 7시간 만에 발견됐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겨져 검안을 받은 결과 '압착성 질식사'로 숨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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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공장 폭발한 줄 알아"

사고 10여분 전 산사태 현장에 있었던 인근 주민 류모(68) 씨는 기괴한 사고 전조증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류씨는 "산사태 전에 댐이 폭발한 것처럼 검은 물이 줄줄 쏟아져 내렸다. 위에는 댐이 없는데 생각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고 직전까지 현장에 있었던 탓에 류씨는 매몰 추정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정모(57) 씨는 산사태 5분 전 인근 공장에 배달을 왔다가 사고를 직접 봤다.

정씨는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서 정전이 되고 밖을 보니 먼지가 시커멓게 치솟고 스티로폼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 공장 폭발하나 싶어 밖에 나오지를 못했다"면서 "조금 있다가 나와보니 현장이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전했다.

◇산사태 현장 수색여건 최악…매몰자 구조 난항

경찰과 소방, 군 장병 600명은 매몰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크레인 2대 등 24대의 장비를 투입했고 인명 구조견 2마리도 긴급 동원됐다.

하지만 입구가 좁아 중장비 투입이 어렵고, 전신주가 있어 먼저 제거작업을 벌여야 하는 등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색 7시간 만에 식당 주인 배 씨를 발견한 경찰과 소방 등 수색대는 일가족이 매몰된 주택에 수색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매몰자들은 토사 1∼2m 아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토사를 모두 걷어내야 한다"면서 "매몰자들의 생환을 기대하면서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 수색에 대비해 서치라이트 등 장비도 곧 현장으로 들여올 것으로 전해졌다.

매몰자 가족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연신 눈물을 흘리며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전문가 "군 훈련장 배수 문제 원인일 수도"

경찰은 산사태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는 사하구 산사태가 9년 전인 2011년 16명이 숨진 서울 우면산 사태와 닮았다고 지적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 정상에 예비군훈련장이 있고 비탈에서 다량의 토사가 흘러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면산 산사태 때도 산 정상에 공군 부대가 있었고 배수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군훈련장에 배수로가 있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비가 몰려 넘치면 경사진 비탈로 물이 넘쳐 토사가 흘러내릴 수 있다"며 "비탈에 축대벽이 설치됐다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 정상에 있는 사하구 예비군훈련장은 1980년 6월 산을 깎아 조성됐다.

사태로 쓸려내려 온 토사는 훈련장을 조성할 때 쓴 '감천 화력발전소 석탄재'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도 지목될 가능성과 함께 매립 적절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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