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졸음운전을 한 데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가 허리를 다친 택시기사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부(김광태 부장판사)는 택시기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여름 새벽 4시께 손님을 태우고 서울의 도로를 운행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요추 염좌 및 골절 진단을 받은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요양급여 신청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계속 일하느라 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졸음운전을 한 것을 깨닫고 놀라서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허리에 충격을 입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당시 상황과 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운전 중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로 허리에 충격을 받아 다친 것으로, 업무와 부상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당시 A씨의 택시 운전 경위, 약 9시간 동안 허리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유지하며 운전해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빠르게 운전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동작을 하는 과정에 허리에 외력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 이미 허리를 다친 상태였다면 통증으로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봐야 하므로, 다른 원인을 가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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