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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19.07.11 14:38 | 수정 2019.07.11 14:38
[권화섭 칼럼]한국 경제안전 이대로 괜찮나

루마니아 난민 출신 기업인 피터 게오르게스쿠 씨는 자신의 제2모국(母國)인 미국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왜냐하면 미국경제가 대다수 국민들에게 마뜩잖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자본주의가 서서히 자살하고 있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레온하트(David Leonhardt)가 쓴 글(A C.E.O. Who’s Scared for America, 2019. 3. 31.)의 한 대목이다.

스스로 ‘아메리칸 드림’의 증인을 자처하는 게오르게스쿠 씨는 “미국 자본주의는 놀라운 번영 공장이지만 지금은 오로지 소수 미국인들만을 위해 작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신자유주의 바람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해외 이전과 단기이익 위주 경영이 만연하면서 부유층과 근로자의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 안정의 바탕인 중산층이 붕괴되고 급기야 2008년 대침체(Great Recession)로 불리는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빚어졌다.

지난 1997년 한국경제는 ‘IMF 외환위기’라는 경제적 대재난을 치렀다. 그 위기의 원인은 1960년대 이후 외곬로 치달아온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누적돼온 경제적 적폐가 마침내 곪아 터진 결과였다.

그러나 그 위기를 단순히 YS정권의 경제실정 탓으로 돌리고 정략적 위기 수습에 매진한 결과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가라앉는 가운데 사회·경제적 갈등이 높아지면서 20여 년 만에 새로운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IMF 외환위기 첫해인 1998년 필자는 ‘IMF의 덫’이라는 책을 썼고 2005년에는 ‘누가 한국경제를 죽이는가’라는 책을 냈다.

첫 번째 책은 그 타이틀이 시사하듯 당시의 위기 수습 과정이 ‘한국경제 빚잔치’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대단히 잘못됐다는 점을 밝혔다.

두 번째 책은 경제정책에서 그 목적(빈부격차 완화와 복지 확충)과 수단(경제성장)의 균형이 좌우(左右)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게 되면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제의 이념화는 독(毒)이다. 이념의 경직성이 혁신을 가로막고 경제를 고사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민주당의 2020년 대선 유력 후보들은 앞다퉈 사회주의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제안들 중에는 소득세 최고세율 70% 이상, 초부유층에 대한 부유세 부과, 국공립 대학의 무상교육, 전면적 육아지원, 국채발행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이 있다.

그러나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브룩스(David Brooks)는 민주당 후보들이 정책 모델로 내세우는 노르딕(북유럽) 국가들이 강력한 복지정책을 펼 수 있게 된 것은 ‘역동적인 자유시장경제(dynamic free-market economy)’의 원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JP모건 체이스의 분석을 인용해 “노르딕 국가들은 미국보다 자유무역에 더 개방적이고 기업 설립에 덜 규제적이고 인허가 규제도 적다”고 강조한다.

재벌그룹과 대기업을 감찰하다가 얼마 전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김상조 정책실장은 자신이 원서로 하이에크와 케인스를 읽었다면서 “내가 왜 기업의 기(氣)를 꺾겠는가? 정책의 유연성을 갖추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바라건대 하이에크가 왜 경제를 복잡하기 그지없는 통신 네트워크에 비유하면서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경제정책이라고 말했는지 그 의미를 좀더 깊이 새겼으면 싶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는 이념적 혼돈 상태에 있다.

1980년대 이후 이른바 ‘대안정기(The Great Moderation)’의 지배적 담론이었던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불신당하면서 온건세력이 침묵하는 가운데 극우와 극좌 포퓰리즘이 정치무대를 누비고 있다.

“미국의 민주-공화 두 정당이 온건세력을 정치적 무숙자(無宿者)로 만들고 있다”는 브룩스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념의 문제를 떠나 지금 세계는 한편으로 급속한 인구 노령화와 출산율 하락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경제 쪼그라듦’과 다른 한편으로 범용 AI로봇에 의한 ‘노동대체’가 몰고 오게 될 경제적 대격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또 세계경제 1, 2위 대국인 미중(美中) 무역전쟁은 글로벌 경제질서의 대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 한 파장이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부품 수출 규제 선언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다급한 것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바로 우리나라다. 그러나 이념전쟁에 함몰돼 있는 우리 정치인들은 태평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경제의 안전을 어디에 의탁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권화섭 hwasup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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