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여대 타워크레인 전날 저녁부터 점거…임금인상·소형 크레인 철폐 주장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동시 파업 첫날인 4일 경기 남부지역 100여 곳의 건설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이 진행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경기 남부지역에는 116개 공사현장에서 노조원 540여 명이 타워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거나 현장 주변을 점거하고 있다.

점거 중인 타워크레인은 270여 대로, 타워크레인마다 1명의 조합원이 전날인 3일 오후부터 올라가 철야 농성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이 현장에는 조합원 2명이 타워크레인 2대를 각각 점유하고 전날 오후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타워크레인에는 '소형 크레인 철폐', '임금인상'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지상에 남은 조합원들은 타워크레인 주변을 둘러싸고 비슷한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고공 농성 중인 조합원들의 식사나 생필품 등은 타워크레인에 걸린 고리를 이용, 자재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각 광주시 초월읍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도 4명의 조합원이 타워크레인 4대를 점유하고 농성 중이다.

이들은 3t 미만 타워크레인의 사용 금지를 요구하며 전날 오후 7시부터 아파트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유사시 에어매트 설치 등 안전조치를 위해 고공 농성 중인 조합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우발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노조는 사측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등과 임금·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7% 인상, 하계휴가의 탄력적 운영, 현장 휴게실 설치 조건 완화 등을 요구하고, 더불어 정부에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현수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장은 "안전한 건설환경을 위해 임금인상과 더불어 단체협약에 명시된 휴가 사용 등을 주장했지만 사측은 오히려 기존에 있던 휴무일도 줄이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침해받는 상황에서 부득이 파업이라는 수단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자격증도 없이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는 소형 타워크레인을 허가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기 전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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