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emergency exit)는 화재나 지진 따위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때에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출입구다. 그러니 사람 살리는 문이다.

이 비상구가 막혀 대형참사를 부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비상구가 열려 사람을 살상한다면 이는 지옥행 비상구가 아니겠는가. 이런 비상구가 우리 주변에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아직도 죽음의 입을 벌리고 있는 낭떠러지 비상구가 존재한다니 놀랍다. 낭떠러지 비상구는 밖에 비상계단을 설치하지 않아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추락하고 만다.

지난주 청주시에 위치한 한 2층 노래방에서 5명이 비상구 문밖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비상구는 문밖이 아래로 그냥 뚫려 있어 사고의 위험이 우려됐으나 해당 건물에서는 주의 ‘안내판’만 붙여 놓았을 뿐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안전점검시 적발 대상인데 다중이용시설인 노래방에서 어떻게 이를 방치하고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낭떠러지 비상구는 유사시 완강기를 타고 내려갈 수 있다는 한가지 용도가 있으나 사망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럼에도 이같은 비상구 추락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여기서도 결국 안전불감증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높은 것은 언제나 추락의 위험을 갖고 있다. 높을수록 더 위험하다. 그 어느 것이든 위치가 높으면 사고의 원인 제공자가 된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위험을 피하려면 이에 대한 철저한 조처를 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하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매우 궁색하다.

이런 경우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데 이용되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안전불감증이 잘못이라면 이를 확실히 뿌리뽑아야 할 것 아닌가.

안전의 근본은 예방이다. 하지만 인간 본성이 예방을 소홀히 하는 탓인지 예방은 늘 뒷전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 안전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현시대인 만큼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그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안전을 챙기지 못한 책임은 단호히 물어야 한다. 솜방망이로는 안전불감증을 때려잡지 못한다. 오히려 위험을 부추길 뿐이다.

고사성어의 ‘수주대토(守株待兎)’는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구습(舊習)과 전례(前例)만 고집함을 뜻한다.

잘못된 것은 과감히 버려라. 특히 정부는 안전을 위한 새로운 발상을 해당 수요자인 국민으로부터 널리 구하는 혜안을 가져야 겠다.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다’라는 말과 함께 비상구의 안전대책 마련과 같이 환풍구사고도 경계해야 한다. 2014년 성남 테크노밸리 공연장 환풍구 붕괴로 16명 사망, 11명 부상의 사고 발생을 기억하면서 동종사고를 추방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