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장

‘안전’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흔하게 말하고 듣고 심지어 지키라는 강요까지 받는 말이다.

우리 삶 속에서 아마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만큼 실천하지 않는 말 중에서 으뜸인지도 모른다.

늘 강조하면서도 실천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안전이 진짜 필요하고 값지다는 것을 확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두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첫째 안전은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은 동물의 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검색해 보면 초식동물인 기린은 하루에 약 1.9시간을 자는데 10분씩 쪽잠을 잔다고 한다. 코끼리는 약 3시간, 얼룩말은 약 4.5시간을 잔다고 하는데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는 잠자는 시간이 대폭 늘어난다.

사자는 하루에 약 13.5시간을 자는데 배가 충분히 부를 경우에는 이틀이나 사흘동안 자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나무구멍이 집인 다람쥐는 약 15시간을 자고 천장에 매달린 채로 사는 박쥐는 약 19시간을 잔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들의 잠자는 시간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걸까?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에 비해 잠을 적고 짧게 자는 이유는 안전 확보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육식동물이나 남이 침범하지 못하게 안전한 아지트를 확보한 다람쥐나 박쥐는 확고한 안전 확보 덕분일 것이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로부터 언제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늘 긴장하고 경계를 해야 하므로 길게 잘 수 없도록 진화됐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생명을 잃을 위협에 덜 노출된 육식동물은 그만큼 길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이 확보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는 생명체의 생존은 물론 그 속성까지도 지배한다.

안전에 관한한 우리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은 우리의 생존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가치이며 다른 것과 비교해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꼭 확보해야 할 필수품인 것이다. 

둘째 안전은 얼마나 값진 것인가?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무려 21조원(2017년)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보수적으로 해석(하인리히 법칙 적용)해서 추정한 것이므로 실제로 그 손실은 2~4배가 많다고 봐야 한다.

21조원은 2019년도 우리나라 예산 470조5000억원의 4.46%에 해당되고 4.46%는 금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예상치인 2.6%(한국은행과 IMF에서 발표)보다도 훨씬 큰 비율이다.

안전을 확보하지 못해 치러야 할 대가치고는 너무 크지 않는가? 안전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안전은 우리 생활 속에서 어느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안전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면서 동시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전제조건이 된다.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안전은 더 이상 미루거나 방치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우리의 의식과 삶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시스템들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바꾸고 우리의 의식과 생활 속에 안전 DNA를 형성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젠 ‘안전이 중심되고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김병진 k88097@kos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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