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계정에 그간의 소회 밝혀··· 행안부 재난 예방·대비 관여할 수 없어

김부겸 장관이 우리의 재난대응체계를 공격과 수비가 따로 노는 축구팀에 비유하며 예방과 대응 사이의 빈틈을 메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SNS계정을 통해 그간의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조언했다.

김 장관은 “신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끝나고 이제 국회에서의 결과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임명이 남았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재난관리는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로 분류되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구체적 사례를 예로 들며 ‘KT 통신구 화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릉 KTX 탈선 사고’는 국토교통부, ‘고양 저유소 화재’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원래는 평소 소관 부처가 사고 대응 복구도 책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하지만 문제는 그러다 사고가 났을 때”라며 “화재의 경우엔 소방이 출동하지만 피해가 커지면 소방청을 외청으로 둔 행정안전부도 나서는 상황으로, 화재가 아닌 경우에도 피해가 커진다 싶으면 행정안전부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걸 행안부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큰 사고가 터지면 대응 및 복구는 해야 하면서도 예방이나 대비는 행안부가 관여할 수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고 강조하며 “그러다 보니 공격과 수비가 따로 노는 축구팀처럼 빈 공간이 생겨 버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이 빈틈을 메워가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안전처를 행정자치부와 통합한 것은 대응과 복구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었고 실제 해본 결과 행자부의 지방 네트워크가 재난 대응과 복구에 큰 힘이 된다는 게 입증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장관은 “이제 앞으로는 예방과 대비력을 높이기 위한 각 부처와 행안부 간의 협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람마다 신체 어느 부위가 아플 가능성이 높은지 의사한테 가서 종합검진을 받아보는 게 전체 의료비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과 같은 논리”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장관이 SNS에 게시한 글 전문>

장관교체기(?)입니다. 신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끝났습니다. 이제 국회에서의 결과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임명이 남은 절차입니다. 마무리를 차근차근하는 중입니다. 3월 중순에 간부들과 워크숍을 가진 데 이어 지난주에는 평직원들과 다과회를 겸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행안부 소속기관 중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있습니다. 갈수록 업무가 많아지는 건 물론이고 디지털 관련 범죄가 늘면서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부검의들이 격무에 지친 나머지 이직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토·일요일도 제대로 못 쉰다고 합니다. 일을 많이 시키면 그만큼 대우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저께는 재임 동안 딱 한 번 잠깐 들러 본 게 전부였던 국과수를 찾았습니다. 원주에 있습니다. 정원도 못 채우고 있는 부검의를 다시 충원할 방안을 보고받았습니다.

지난주 수요일에는 용인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지하 7층에 지상 22층짜리 대형 건물입니다. 당시 인부만 1천 명 넘게 작업 중이었습니다. 불은 용접 작업 중 불똥이 튀면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공사 현장에 불이 났다 하면 으레 용접 작업이 원인입니다. 그렇게 단속을 하고, 감독을 해도 잘 안 됩니다. 다행인 것은 부상자 1명 외에 인명 피해가 없었습니다. 자력 대피 외에 구조만 62명을 했다 하니 소방관들이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방관들은 인명 피해를 가장 신경 씁니다. 재산보다 인명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비교해보면 제가 처음 취임했던 17년~18년 겨울보다 18년~19년 겨울의 화재 인명 피해가 훨씬 줄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우선 시민들의 행동이 훨씬 기민해진 듯합니다. 계속 ‘고함치고, 대피한다’는 수칙을 홍보해야 합니다.

이번엔 대응이 잘 되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보통 재난 관리 4단계를 예방→대비→대응→복구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KT 통신구 화재는 평상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제를 받습니다. 강릉 KTX 탈선 사고는 국토교통부입니다. 고양 저유소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입니다. 문제는 그러다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원래는 평소 소관 부처가 사고 대응 복구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화재의 경우엔 소방이 출동합니다. 피해가 커지면 소방청을 외청으로 둔 행정안전부도 나섭니다. 화재가 아닌 경우에도 피해가 커진다 싶으면 행정안전부가 나서야 합니다.

이걸 행안부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큰 사고가 터지면 대응 및 복구는 해야 하면서도 예방이나 대비는 행안부가 관여할 수가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공격과 수비가 따로 노는 축구팀처럼 빈 공간이 생겨 버립니다. 앞으로 이 빈틈을 메워가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안전처를 행정자치부와 통합한 것은 대응과 복구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실제 해본 결과 행자부의 지방 네트워크가 재난 대응과 복구에 큰 힘이 된다는 게 입증되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예방과 대비력을 높이기 위한 각 부처와 행안부 간의 협업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신체 어느 부위가 아플 가능성이 높은지 의사한테 가서 종합검진을 받아보는 게, 전체 의료비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이런저런 복기를 해보고 있습니다. 퇴임하면 차분히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주말에 유독 사고가 많더니 오늘은 참 조용한 일요일 저녁입니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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