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한 것은 이문열이다. 날개로 날으는 비행기는 추락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추락해서는 안되는 이율배반적 운명의 비행기이기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에티오피아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항공여객기는 ‘보잉 737 맥스(MAX)8’ 기종이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추락한 라이언에어사의 항공기와 같은 기종이다.

4개월만에 같은 기종이 같은 사고를 내면서 일파만파 지구촌을 확 뒤집어 놨다.

두개의 추락이 이륙 초기에 발생했다는 점도 같다. 라이언에어 사고 당시 여객기는 이륙 13분만에, 이번 에티오피아 사고 여객기는 이륙 6분만에 추락했다. 이는 분명한 기체의 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는 정황이다.

보잉 737 맥스8은 작아서 효율이 높은 최신 인기기종인데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거푸 두차례 추락하는 일은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CNN은 현재 ‘보잉 737 맥스8’이 전세계 항공사에 이미 350기가 배치됐고 4661기가 주문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보잉737 맥스8은 사고 원인이 분명히 밝혀지기도 전에 ‘추락하는 비행기’로 낙인찍히며 사람들을 공포 속에 몰아 넣었다.

비행기는 안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타기 어렵다. 비행기 공포증으로 아예 항공여행은 포기한 부류도 적지 않다.

이젠 멀쩡했던 사람들도 이륙 공포에 떨게 생겼다.

항공권을 구입할 때 기종까지 따지는 경우는 희소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국적 항공사들은 해당 여객기를 줄줄이 들여올 예정이었다. 연비가 좋은 해당 기종을 올해에만 64대를 도입할 계획이었는데 입장이 애매해졌다. 해당 기종 2대를 보유한 이스타는 일찍이 운항을 중단했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도 운항중단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

737 맥스의 안전성을 자신한 보잉과 미국 항공당국으로서도 전세계적인 ‘보잉 공포’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두 손을 든 셈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민과 모든 사람의 안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737맥스8 기종에 대해 운항중단을 지시했다.

에피오피아항공 소속 맥스8 여객기의 추락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만이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추락해 탑승자 189명 전원이 숨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도 같은 기종이 아니었던가.
미국과 캐나다는 전세계에서 해당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이 기종의 국내 공항 및 영공 진입을 금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타국 항공사의 맥스 기종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거나 이착륙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동종 모델인 737맥스9 역시 함께 운항이 중지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보잉사는 지난 2013년에도 항공기 배터리 발화 문제로 ‘787 드림라이너’ 기종의 운항 정지 사태를 겪었다.

보잉사는 당시 “787드림라인이 50대 정도만 운항 중이어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기 결함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787라인의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 항공사 중 보잉 737 맥스 기종을 도입하지 않은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 계열의 항공사(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들은 보잉 아닌 에어버스 쪽이 많아 이번의 곤경에서 몸이 가벼웠다.

국토부의 제재로 외형 성장에 어려움을 겪던 진에어는 보잉737 맥스 도입 지연이 기회로 작용할 있을 것이다.

737 맥스 도입이 늦어질 경우 중·장거리 취항 가능한 보잉777을 보유한 진에어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잉747 대형 여객기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었다. 그 747도 이제는 퇴역의 길을 걷고 있다.

더 새롭고 강력한 비행기들이 개발·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보잉 컴퍼니(The Boeing Company)는 미국의 항공기 제작 회사이자 방위산업체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본사가 있으며 워싱턴주 시애틀 근처의 도시 에버릿(Everett)에 대규모 공장이 있다.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의 항목으로도 들어가 있다. 대단한 회사다.

보잉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B-247여객기의 모체가 된 YB-9를 비롯해 B-29 같은 폭격기를 만들었다. 종전 후에는 B-47 스트라토제트 폭격기를 내놓았으며 보잉 707의 자매품이라 할 수 있는 KC-135 공중급유기도 여기 제품이다.

민항기 DC-9, DC-10, MD-11, MD-80 시리즈, MD-90, MD-95를 생산하던 맥도넬더글러스는 보잉사에 인수됐다. MD-95는 보잉 717로 개명해 생산하다 단종됐다.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만 소를 잃고서도 외양간을 제때 고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보잉의 현실이다. 목숨의 희생도 크려니와 기술적 결함에 대한 충격 또한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속도로 도전했던 콩코드, 크기와 호사로 폼을 냈던 에어버스는 실패의 사례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잠적했다.

보잉 737 맥스는 덩치를 줄인 날렵한 몸매로 인기를 끌었다. 근거리 운항에는 이처럼 안성맞춤일 수 없었던 그 최신예기가 날개도 제대로 펴기 전에 문제의 비행기로 오명을 썼다. 어찌했건 안전을 날려버린 항공왕국이 됐다.

우리 건설업계도 요즘 보잉처럼 심각하다. 비행기 추락이건, 고질병인 중대재해 발생이건 사고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전확보로 보잉은 다시 날고 건설현장은 추락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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