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대구안실련 시민안전연구소장/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안전사고 발생 후 기자의 리포트에 등장하는 용어 중 ‘안전불감증’이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된다.

단어 어원 그대로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다’ 아니면 ‘무관심하다’ 또는 ‘무지해 그렇다’ 등으로 해석된다.

지나고 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네 시민의식의 하나로 이해되는 것이다. 안전불감증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은 의식 강조 용어이며 사고시 부각되지만 시민들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음주운전사고와 관련 ‘윤창호법’이 통과되고 난 후 교통사고 양상의 변화는 별로 없다고 보도되는 것을 보며 어딘가 좀 씁쓸하다. 선진 시민의 공공질서와 양심적인 의식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스마트폰 사용과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도 이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 교통사고의 원인 인자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도 강의, 기술자문·지도가 있을 때마다 이 두가지 인자의 잠재위험의 심각성을 반복해 강조하지만 대다수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행동습관과 주의력의 변화는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음주운전 사고든 스마트폰 사용 중 사고든 사고 후 이것이 실수냐, 위반이냐를 놓고 보면 이는 실수가 아니고 분명 위반이다. 즉 고의적인 일탈행위로 취급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심적 부담에 대한 회피, 수행업무 기억한계, 설마 등 무적의 효과, 주의집중의 한계, 편견·편향 등이 존재하며 최근 현직 부장검사, 부장판사도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되고 있고 도박에 빠진 연예인이 보도되기도 한다.

인간행동의 근본 이론에는 첫째 인간은 실수할 수 있고 비록 최고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실수를 한다. 둘째 에러 같은 상황연출이 예고되며 관리가 가능하고 예방할 수도 있다.

셋째 개인의 행동은 조직의 업무수행과정과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다. 넷째 리더, 동료, 부하 직원들의 격려와 지원 및 협력은 높은 수준의 업무 수행도 가능케 한다.

다섯째 과거의 사고사례와 발생원인을 학습하면 현재 또는 미래에 일어날 사고 등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여기서 둘째 항목인 에러 같은 상황연출 측면에서 보면 4가지로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즉 인간 본성면에서 가장 큰 변수는 스트레스이고 다음은 행동습관이며 업무수행 요구면에서는 시간압박과 업무 과부하 등이 주요 변수이고 개인적 수행능력차원에서는 업무 생소 또는 지식 부족이 클 것이며 마지막으로 일터 환경에서는 업무 산만과 잦은 업무변경 등이 큰 영향변수다.

음주습관 유발요인으로 아마도 일터에서 업무수행 요구도와 개인 수행능력 관련 스트레스 변수가 연관성이 클 것이며 이의 해소수단으로 음주습관이 행동습관으로 인식돼 음주운전이 위반이 아니고 실수라 착각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까 싶다.

영국의 유전 관련 해양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난 후 만들어진 안전사고 예방 피라미드모델에서는 엔지니어링 신뢰성보다 작업자 신뢰성이 우선 취급되고 있다.

작업자 신뢰성은 기업과 사회의 가장 기초단계인 안전에 대한 시스템 풍토가 기반이며 그 위에 조직 및 경영관리가 뒷받침되고 안전에 대한 제어와 소통, 그리고 피드백과정의 기반 위에서 작업장 신뢰성은 보장되는 것이다.

근로자의 행위 모드에서 에러의 범주를 보면 먼저 ‘숙련기반 에러’는 주로 부주의이며 이는 1만건에 1건 정도 발생되는 확률이고 ‘규칙기반 에러’는 1000에 1건으로 흔히들 오인·오해 등의 원인이 주가 된다.

‘지식기반 에러’는 비숙련 상태의 불안한 심리적 모델로 보며 발생 확률을 2건에 1건 정도 보고 있으며 지멘스사의 경우는 10건에 1건으로도 보고 있다.

음주는 숙련기반 에러에 규칙기반 에러도 겸하는 행동양식으로 추정된다. 독일 지멘스사의 경우 에러를 유발하는 함정 중에서 시간압박요소가 가장 우선되는 원인이며 다음으로 주의산만, 업무 생소, 스트레스, 업무 과부하, 고정업무 변경 등의 순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휴먼에러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시기는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의 경우 1970년대는 사고 후 해결에 중점을 두는 시기이고 1980년 후반과 1990년대는 사고예방에 중점을 두는 시기이며 2010년 이후는 사람의 보이지 않은 면과 연관된 안전에 중점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경우에 비교하며 아마도 첫째는 ‘설마’에 관점을 두고 안전을 등한시하는 풍조와 음주습관과 스마트폰 사용 등이 이에 관계할 것이며 이 또한 음주 후 운전습관에서 ‘오늘도 설마 단속할까’ 아니면 ‘나는 운전에 전혀 지장없다’라는 어림짐작과 판단의 오류를 본인 스스로 조작하는 행위다.

어찌 보면 재앙을 부르는 10가지 판단의 함정 중에서 ‘앵커링과 조정오류’ 또는 ‘소수의 법칙’에 해당된다고 보여진다.

스마트폰 사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및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사례에 따르면 정면을 보며 보행시 시야각은 120~150도 정도인데 반해 스마트폰을 보며 보행시 시야각은 약 10도 범위로 축소되는데도 스마트폰을 보며 보행도 가능하고 길도 잘 찾아갈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평소 행동습관이 실행되다 보니 이는 곧 ‘주의산만’의 조건에서 사고로 이어지고 불행을 초래한다는 논리다.

운전 중 행동별 위험순위에서 문자송·수신의 경우 23.2배 위험한 연구 발표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문자를 송·수신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얼마전 ‘주유소 직원이 휘발유를 주유하는 ‘혼유 사고’을 냈더라도 유종을 직원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다면 자동차 주인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수와 위반의 비교에서 위반은 고의적이며 본인의 의지가 사건 또는 사고로 이어지고 위반의 주요 행위항목으로 음주 후 늘 운전하는 행동습관, 때로는 카우보이 같은 흥미를 즐기는 행태습관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러한 행태는 엄연한 법 위반이며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에 가깝다는 논리에 합리성을 부여해야 한다.

음주운전습관과 스마트폰 과잉 사용에 대한 가정에서 가장 또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예방에 대한 헌신이 필요하고 중간관리자들의 행동안전 원리 이해에 중점을 두고 경영자와 일선 작업자간의 합리적 수준의 신뢰와 회사 내 여러 시스템을 통해 안전과 안전행동 변화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고 가정이나 기업 조직에서도 경험과 능력을 갖춘 서비스 프로그램과 제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통과 공감 중심의 감성안전문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 시대변화가 우리 주변에 이미 다가와 있다.

차상은 secha3368@naver.com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