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기아자동차 안전환경기획실 안전보건지원팀장

경제성장의 이면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마을 운동과 한강의 기적을 일궜고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수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으며 경제적 빈곤을 탈피하고 부국(富國)을 건설하자는 명분 아래 모든 정책과 가치들은 성장 우선주의에 초점이 맞춰지게 됨으로써 국민과 근로자의 삶의 질·복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근로자의 삶

근로자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다. 직무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산업재해율과 산재사망률도 OECD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노동시간은 2017년 기준 연간 2024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연간 250시간 더 근로하고 있다.

장시간 근로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36개국 중 28위(2017년 기준)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복지수는 OECD 36개국 중 29위(2018년 기준)로 하위권이다.

하지만 정부는 당면한 과제 중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300인 이상의 기업에 대해 주 52시간제를 강행했으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부재한 것은 노사(勞使)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사회·경제적 손실

정신질환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한해 23조5298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김동구 외, 2012년). 이는 2010년 GDP의 약 2%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보건복지부 예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손실금액이다.

이중 정신질환의 직접 치료비용은 1조1356억원에 달하는 높은 비용이지만 사회ㆍ경제적 간접비용은 이의 20배에 가까운 22조3942억원에 해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국가적 문제들은 기업 내에서 많은 갈등을 만들고 기업의 생산성을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근로자의 자살, 높은 직무스트레스, 노동력의 고령화, 정신 및 육체건강의 문제로 인한 양질의 노동력 유지, 장시간 근로문제, 노동생산성과 복지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 등의 문제들에 대해 폭넓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스트레스와 생산성

만성 스트레스와 생산성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Ichikawa(2004년)에 의하면 생산성 목표를 세우고 일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적당한 스트레스를 갖게 되면 건강하고 적당한 긴장도가 유지된다.

그러나 적절한 중재없이 스트레스 수준이 계속 높아지면 경고의 시기가 오고 결국은 피로의 시기가 다가온다. 이 시기를 알게 되면 일단 자기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을 그만두고 심신의 피로회복을 도모해 생산성을 유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 다시 스트레스 수준이 계속 오르게 되면 피로로 인해 심신은 지치게 되고 생산성은 내려가 드디어 병이 나서 생산성이 제로인 상태에 이르게 된다.

Jacobson(2011년)은 요즘과 같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는 근로자들의 스트레스가 더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스트레스 수준을 계속적으로 높이는 심리·정신적 문제(스트레스, 우울증, 가족문제, 심신증, 불안장애, 출근거부증후군, 트라우마, 인격장애)를 해결하지 못하면 비효율근무(일의 질 저하), 실수, 출근상태변화(지각, 조퇴, 장시간의 낮휴식, 잦은 월차, 병가, 돌연결근), 태도변화와 감정기복, 동료와의 인간관계변화, 동료나 타인에 대한 불만, 판단력 저하 및 시간이나 물건의 낭비, 집중력 결핍, 대립, 인간관계의 늪, 위험인물로 간주, 고객 등으로부터 불만 증대로 인해 업무생산성 향상이 안된다고 했다(Ichikawa, 2004년).

한국에서의 기업상담

이러한 상황을 직시한 한국생산성본부는 직장인의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조직 생산성 향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멘탈생산성 진단도구(KMPI·Korea Mental Health & Productivity Inventory)'를 개발했다.

이때부터 HR분야에 ‘멘탈생산성(Mental Health & Productivity)’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멘탈이 건강할 때 조직의 건강한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조직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개념을 기업에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멘탈생산성은 서양에서 이미 100여년 전부터 나타난 개념으로 일종의 기업상담 프로그램인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로 많이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업상담분야 전체가 걸음마 단계에 있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노사간의 신뢰문제로 인해 도입조차 쉽지 않다. 또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도입을 했다 하더라도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제도 자체가 정착이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 조차 그 대안이나 체계적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과 정부가 나아갈 길

정부는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 등 규제적 관점의 접근을 확대하는 것도 근로자보호 관점에서는 필요하겠으나 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인한 폐해가 다시 근로자에게 오지 않게 하려면 개인의 행복과 기업의 성공이 균형있게 양립될 수 있도록 ‘멘탈생산성’이라는 개념을 기업이 능동적으로 도입토록 유인하는 정책 개발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은  기업상담 프로세스를 통해 개인적 고민에 기인한 스트레스가 직무스트레스로 전이돼 업무생산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상담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기업상담 프로세스 설계시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감정노동자 보호법과 관련된 사항을 프로세스에 함께 설계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기업내 시스템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상담의 순기능이 기업에게는 업무손실을 절감하게 해주고 근로자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킴으로써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근로자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전반적인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에서의 직장생활 만족도와 직무몰입을 통한 조직 생산성이 향상되는 순기능의 선순환 사이클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재형 iam-k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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