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설에 이어진 연속축제의 끝이다. 정월대보름에는 옛부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세시풍속 행사가 펼쳐졌다.

그러나 요즘은 좀 다른 모습이다. 도시에서는 달집태우기나 쥐불놀이를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련의 불놀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

여기에 풍등 날리기가 인기를 끌면서 화재의 위험이 배가되고 있다. 풍등은 고체 연료가 전부 연소하지 않은 채로 바람의 세기나 방향에 따라 주택가는 물론 산에 떨어지는 수가 많다. 당연히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이다.

풍등으로 인한 화재만 해도 2014년 10건, 2015년 4건, 2016년 4건, 2017년 10건, 2018년 5건 등 최근 5년간 33건이나 된다.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도 풍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었다. 풍등 하나 때문에 당시 휘발유 46억원어치가 불에 타 117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에 소방청은 전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이 화재취약지역에 대한 안전관리 및 긴급상황에 즉각 대응토록 근무체제를 전환해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했다.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보름 행사장에 소방력을 전진배치하고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지난 대보름 행사와 관련해선 큰 사고가 없었다. 그런데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대구 도심 목욕탕 화재로 대형 사상사고가 발생했다.

제천 화재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같은 유형의 대구 사우나 불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다쳤다. 중화상자도 있어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왜 또 이런 동종의 반복사고가 느닷없이 닥쳐드는가.

대형 목욕탕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소방점검을 실시했는데도 화재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고는 예고없이 닥쳐든다고 하지만 불은 더하다. 요즘은 하루같이 불이 난다. 불의 전성시대인가.

원인도 다양하다. 전기적 요인, 개인 부주의 등 여러가지 요인이 불의 원인이 된다. 안전인프라, 점검체계, 안전의식, 법·제도 면에서도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탓이기도 하다.

세상에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 집이 지금 불타고 있다면 이를 태연히 지켜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구경이라는 것은 적어도 강 건너 불이나 되는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것을 의미한다.

‘강 건너 불’은 자기에게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 무관심하게 방관하는 모양을 일컫는다. 강 건너 불이니 그 불이 내게로 건너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를 느긋이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안전을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무슨 참사가 곧바로 찾아드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의 잇따른 화재다. 이를 반면교사로 우리는 안전에 대한 의식 재무장을 다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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