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영 한국안전교육강사협회 전문위원

새해 벽두이니 그럴싸한 덕담으로 시작하는 게 도리이겠으나 각종 사건·사고 소식이 뜻있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연말연시였다.

사안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분야라 불가능하거니와 근자에 있었던 산업안전보건분야 중대산업재해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으니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 목숨을 잃은 24세의 청년 김용균 씨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9월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입사한 김용균 씨는 입사 3개월 무렵인 그날도 설비점검 일환으로 컨베이어 벨트 부품인 아이들러(Idler·회전 방향을 변경하는 기어) 이상 소음을 점검 중이었고 쌓여가는 낙탄을 제거하다 날리는 탄가루가 시야를 가릴 만큼 열악한 작업환경이었음에도 손전등도 없어 자신의 핸드폰 불빛으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였다는 것이 전문가와 동료들의 전언이었다.

본사가 아닌 하도급업체 비정규직 신분이었기에 정규직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성실한 청년이자 늦둥이 외아들이었지만 넉넉지 못한 가사에도 효성이 지극했다는 점 등이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처럼 선량한 청년이 2인1조로 작업해야 했음에도 홀로 작업을 하다 불안전한 상태로 방치된 것이 이번 재해 발생의 직접 원인이었다.

김용균 씨처럼 참혹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열악한 사업장이 비단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뿐일 리는 만무하다.

이번 불행을 계기로 갑의 위치에서 ‘위험의 외주화’ 시스템을 선호하는 광의의 사업주 모두가 이후에는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최우선시하는 시스템을 도입·시행해야 하겠다.

시신을 옮겨 줄 동료도 없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외롭게 생을 마감한 김용균 씨는 당시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악조건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모든 산업재해는 사전에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잠재위험요인이 상존하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잠재위험요인을 수수방관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됨을 명심해야 하겠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12월 27일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 불리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법이 빛을 보기까지 특히 김용균 씨의 모친 김미숙 여사가 아들의 장례도 미룬 채 며칠간 국회에 상주하며 읍소한 끝에 통과됐음도 잊지 말아야 되겠다.

다시 한번 故 김용균 씨를 비롯해 산업재해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부디 새로 태어난 산업안전보건법이 향후 우리나라 산업재해예방에 기여하는 이정표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상영 yong413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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