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1일 한순간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다. 큰불 앞에서 소방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 분초를 다투는 긴급상황이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16t급 대형 고가사다리차는 500m를 우회해야 했다. 골목길마저 비좁아 사다리를 제때 펴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상황은 개선됐을까. 유감스럽게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요즘 사고의 연발이다. 사고와 재난의 종류도 다양하다. 땅속에 묻혀 있는 송수관이 파열되면서 뜨거운 물이 지상에 솟구쳐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KTX열차가 탈선을 하지 않나. 요즘 안전이 실종된 듯하다. 이대로 가다간 뭔가 큰일이 날듯하다.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안전의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도 KTX사고에 대해 철도는 국민 신뢰부터 회복하라고 지시했다. 그렇다. 지금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안전의 사각지대가 여기저기서 튕겨 나오는 지금이다. 우리가 이런 비극을 다시 보지 않으려면 이 아픈 사고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참사 트라우마를 치유하면서 안전에의 동경심을 심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참사공화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안그래도 1970년 320여명이 목숨을 잃은 남영호 사건부터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화재, 2014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참사 등 숱한 대형 재난·사고들이 과거란 기억에 담겨 있다.

이 참사들은 한꺼번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는 공통점 외에는 제각각 원인과 배경, 사건 수습과정 등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남영호 사건을 비롯 안전매뉴얼 부재로 1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며 안전을 외주화해 발생한 2013년 여수국가산업단지 폭발참사 등은 이를 일으킨 원인이 안전불감증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성수대교붕괴사건은 성급한 성과주의와 관리부실이 낳은 비극으로 기록된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성수대교의 상부 트러스 48m가 붕괴되며 5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신공법으로 만들어진 성수대교가 15년만에 무너졌는데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부실시공 탓이었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또 일어났다.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으로 6·25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를 낸 대참사였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재난을 만날지 모른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정부가 한시바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국민안전에 대한 신뢰의 뿌리를 내릴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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