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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18.12.19 17:23 | 수정 2018.12.19 17:23
행안부, 위험의 오멘을 읽어라

1995년 6월 29일 5시 57분에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일순에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했다. 일찍이 없던 최다 인명피해를 낸 최악의 사고였다. 사고 발생 후 전 세계의 건축가들은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외부의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진도 아니고 그 어떤 외부의 충격 없이 건물이 이런 형태로 완전히 붕괴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원인이 부실공사로 밝혀지자 이것이야말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삼풍백화점은 ‘삼풍랜드’라는 이름으로 바로 옆에 있던 삼풍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대단지 종합상가로 설계됐었다.

이것을 백화점과 같은 복합건물로 바꾸면서 건물의 안전성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구조설계를 변경한 게 문제였다. 태생부터 고층을 견딜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러기에 어느 순간부터 위험신호가 발신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균열이 보이는 것이었다. 대참사를 예고하는 엄청난 비극의 조짐이었다.

1995년 4월 건물 5층 북관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5월부터는 이 균열에서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5층 바닥은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붕괴 당일 오전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대참사의 징조 오멘(omen)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붕괴 약 3시간 전에 긴급대책회의가 열렸다. 어이없게도 “큰 위험은 없으니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공사를 하자”는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즉각 고객들을 대피시키자는 건의는 묵살됐다. 확실한 징조를 무시한 무리한 영업 강행의 대가는 참혹했다. 붕괴 직전 고위직들은 백화점에서 다급히 도주했다. 고객들에게 대피하라는 안내방송도 하지 않았다.

1000여명이 넘는 고객들이 무심히 쇼핑에 열중하고 있을 때 건물이 우르릉 하면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직원들이 비상벨을 울리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으나 그 많은 사람들이 고작 7분 안에 탈출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었다.

지난 9월 6일에는 서울 상도동의 유치원 건물이 붕괴됐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안전불감증과 인재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가슴 서늘한 사고였다.

그러나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당국이 제2의 상도유치원 사태를 막기 위해 긴급민원을 민원실에서 직접 기관장에게 신속히 보고토록 처리 절차를 개선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긴급한 민원에 대한 처리방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긴급민원임에도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일반적으로 처리부서장까지 보고토록 한 기존 절차를 고쳐 민원실·직소민원실에서 기관장에게 직접 신속하게 보고토록 한다는 것이다.

대상이 되는 민원은 공사현장 등 안전과 관련된 민원으로 균열 사진 등 사고의 징후, 전문가 의견 등 위급한 증거가 첨부된 민원이다. 이밖에도 기타 증거가 없는 경우 중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옹벽 균형 발생이나 붕괴 위험, 씽크홀, 산사태 및 하천 범람 등에 관한 민원도 신속 보고건에 포함토록 하고 있다. 관련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민원실 및 직소민원실 담당자를 대상으로 긴급민원 대응절차 등에 대한 교육도 실시했다.

돌이켜 지난 때의 안전정책들을 살펴보면 한눈에 세월따라 발전하는 ‘안전격상’을 읽을 수 있다. 구 참여정부 땐 행정자치부 산하 소방방재청을 중심으로 재난안전사고 방지에 노력을 기울였다. 소방방재청은 그로부터 특별 국가재난방지기구였다.

그러나 당시의 소방방재청은 규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초대형 사고와 다반사의 잦은 재난에 일일이 대처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재난예방에서도 그렇고 재난 발생 후엔 또 미흡한 사후수습으로 다중 후유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지금은 행정안전부가 안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 발전과정을 거치며 ‘안전’의 중요성이 한단계씩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사고예방과 대처는 물론  사람안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고사성어를 인용한다면 ‘심심상인(心心相印), 선우후락(先憂後樂)’이 이에 어울린다.

우리 안전관계자들은 ‘말없는 가운데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하고,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걱정하고, 즐거워할 일은 남보다 나중 기뻐함이 옳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전체계에서 관리하는 종목은 ▲풍수해 ▲설해 ▲가뭄재난 ▲지진재난 ▲해일 ▲황사 ▲항공재난 ▲철도재난 ▲도로재난 ▲해상재난 ▲방사능방재 ▲전기·유류·가스재난 ▲폭발·대형화재 ▲건축물·통신 등 시설물재난 ▲독극물·환경오염사고 ▲국가기반체계보호 ▲산업재난대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제 행정안전부는 모든 안전시책을 행정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춰 시행함이 옳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끊임없는 시책 시행으로 정작 국민들로부터 장부에 대한 안전인증을 받는 것이 어떨까.

‘수주대토(守株待兎)’는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구습과 전례(前例)만 고집함을 뜻한다.

행정안전부의 발전적 내일을 기대한다.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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