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장

지난해 산업재해율이 역대 최저인 0.4%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사고사망 근로자수는 964명에 이르고 6개월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중상해사고자수는 사망자의 17배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사고사망만인율은 연평균 5.58% 감소했으나 사고사망자수 감소폭은 매우 둔화됐고 올해도 현재 발생추세로 보아 미미한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1월 신년사에서 자살, 교통, 산재 사망자수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국정 의제로 발표했다.

매년 2만여명에 가까운 국민이 가정, 일터, 거리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 기피에서 감수하는 사회로 변모함에 따라 위험을 더 이상 특수한 문제와 제거의 대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사회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및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산안법의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산업재해의 원청과 대표이사 책임을 강화하고 유해작업에 대한 도급금지 및 사고 발생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사업장에 대해 산안법에 의한 작업중지권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산재예방에 대한 실효성있는 규제와 정부의 정책의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한편 기업은 정부의 정책·제도 강화와 사회적 안전보건욕구 분출로 산재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차츰 나아지고 있으나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안전보건역량을 강화하거나 재해예방을 위한 투자에 소극적이다. 기업이 안전보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따라야 하는 현실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2019년은 안전보건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급변하는 산업사회 변화는 안전보건환경을 바꿔 놓고 있으며 정부의 산재예방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잦은 대형사고 발생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욕구 분출은 기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산업사회 변화와 안전보건 전망

미래에는 전에 없이 큰 변화가 현재의 연속선상에서 더 빠르고 크게 지속될 것이다. 안전보건분야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제4차 산업혁명 도래, 노동시장의 변화, 정부 및 공공정책의 강화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반의 산업구조의 변화, 자동화로 대변되는 생산방식의 변화는 종전의 유해위험요인의 종류와 정도를 바꿔 놓을 수 있다. 또 근로형태와 사회환경이 변하면서 안전보건에 관한 인식과 관리방식의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 산업구조의 변화=국내 6대 대기업이 신성장동력 발굴에 약 333조원을 투자해 18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정부의 제조업 혁신 3.0전략은 2025년까지 스마트 공장 3만개를 보급하고 제조업 내 신산업 비중을 2배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구조가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키 위한 신산업이 출현하는 등 큰 변화를 예고한다. 대기업은 핵심기술분야를 제외하고 외주화를 점차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디지털 기반의 산업구조는 업무강도 증가와 전문역량의 필요성으로 나타날 것이고 새로운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신종 사고나 질병과 재래형 재해가 공존하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생산방식의 변화=청주지역에 최근 준공한 반도체 공장은 종전에 가동 중이던 동일한 규모의 공장 근로자의 3분의 1 수준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스마트 기반의 무인화, 자동화를 도입한 결과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 등 노동관련 제도의 발전은 노동집약 산업을 자동화 또는 무인화하는 등 생산시스템의 전환을 촉발시킬 것이다. 생산방식의 변화는 시스템 오류에 의한 물적 피해 사고를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인한 직업건강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다. 

# 근로형태의 변화=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고령, 외국인, 여성 근로자 비중이 증가하는 등 산업현장의 인력 구성비 변화가 종전의 트랜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장소와 작업환경이 다양화되고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하게 돼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작업조건의 유연성이 확대될 것이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유도 등 좋은 일자리 정책 확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급격히 낮아질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자율안전관리 역량과 투자여력이 있는 중대기업과 안전관리가 취약하고 투자여력이 부족한 영세 소규모 사업장간 안전보건 격차는 더 심해질 수 있고 당분간 산재취약계층의 산재 노출빈도가 낮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사회환경의 변화=저성장 경제기조의 고착, 기업의 신산업 선점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 촉진, 저출산 고령화의 악순환 등 뉴노멀(New Normal)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반면 잇따라 발생하는 대형사고와 정부의 정책 확대 등으로 인해 국민의 안전보건 욕구는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 정부의 실효성 있는 규제,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등 3각축의 균형있는 작동이 중요하다.

자율·책임·규범안전 중시

산업사회 변화가 산업안전보건 환경여건을 일거에 바꾸는 급속한 혁신으로 다가 오지는 않겠지만 변화의 속도와 폭은 전례없이 클 것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자나 안전보건 리더가 급변하는 안전보건환경을 읽지 못하거나 대응에 소홀할 경우 안전보건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향후 경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 산업구조와 생산방식, 사회환경 등이 급변하는 시기에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안전보건 대응전략은 자율안전, 책임안전, 규범안전을 조직 내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는 산업재해예방 차원을 넘어 안전보건수준을 향상시켜 생산성이나 품질 제고와 같은 성과와 연결시키는 경영전략이다.

# 자율안전=대부분의 기업경영자는 생산과 영업이익에 관심을 두지만 안전보건 실패로 인한 손실에는 관심이 적다. 그러다 보니 전년도 안전보건 성과를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 내고 다음연도 안전경영 목표와 전략방향을 잡는 노력이나 절차는 미흡하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법적 규제에 대응한 사후관리차원의 안전보건관리 관습에서 벗어나 안전보건이 중요한 경영요소임을 인식하고 자율안전관리를 정착시켜야 한다. 명확한 안전경영방침이 정해지고 위험성평가를 통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전략경영 하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경영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 책임안전=사고는 근로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구조적 문제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기계설비를 증설하고 인력을 증가시키며 공정이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위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축적되는데 사고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조직 내 잠재된 구조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영자의 책임있는 인식과 투자가 따라야 한다. 특히 사업의 도급, 하청 등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문제가 따른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장 내에 통합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 규범안전=많은 기업들이 연초가 되면 새로운 산재예방기법이나 좋은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찾아 사업에 반영키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실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을 들여다 보면 유해·위험 취약분야에 대한 관리 소홀이나 기본적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는 베스트 플랙티스를 활용하는 것보다 가장 취약한 분야를 관리하는 기본중시 문화가 더 큰 성과를 낸다.

2019년 시스템안전 정착의 해로 

2019년은 산업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은 안전보건환경 여건도 크게 변화되는 해가 될 것이다. 아울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개선과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정책 및 규제도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외부의 통제나 감독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안전보건관리를 하기보다는 자율, 책임, 규범 안전을 정착시키기 위한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실행을 위해서는 안전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분명한 목표와 방향이 설정됐을 때 안전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나쁜 사고 근절에 중점을 두자. 나쁜 사고란 인명·재산상 손실이 막대한 사고, 익히 예견할 수 있었거나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말한다. 즉 사망, 중상해 사고 및 재난성 사고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정부의 안전정책 포커스도 여기에 맞춰져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적·물적 피해와 기업의 브랜드효과 저하 등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위험성평가를 확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근로자 건강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산업, 고용, 사회환경 등이 변화하면서 화학물질 사용량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감정노동 등 건강장해요인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에 개인 질병으로 간주되던 뇌심혈관계질환, 직업성암 등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범위 확대 추세로 최근 질병재해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노동력 유지·증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작업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적정한 건강증진 프로그램 적용을 통해 지속 관리돼야 한다.

셋째 총괄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핵심분야를 제외한 공정 또는 생산지원분야 외주화를 통해 생산을 하고 있다. 최근 대형사고 발생시마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이러한 생산방식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작업장, 시설, 공정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원청 차원의 총괄안전보건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돈·기술·권한 부족으로 인해 자율안전관리를 하기 어려운 협력·하청업체에 대한 안전관리역량 제고에 대한 원청의 배려가 종국적으로 안전은 물론 생산,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넷째 변화에 대응할 안전역량을 갖춘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한다. 이럴 때마다 새로운 유해·위험요인이 축적되고 복합적인 원인을 가진 대형사고나 신종 직업병 발병 위험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계획, 설계, 설치단계에서 근원적인 안전보건을 챙길 수 있는 조직 및 인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다섯째, 안전문화를 정착한다. 미국의 알코아사(ALCOA)의 신임 회장으로 부임한 폴오닐은 직원의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어 가는 전략만으로 취임 1년만에 무사고 사업장을 만들고 적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조직문화 속에 안전문화를 녹여 넣어 안착시킨 사례다. 절차를 준수하며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나 품질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고 모범문화, 보고문화, 칭찬문화 등이 선행될수록 성과를 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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