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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18.11.14 17:20 | 수정 2018.11.14 17:20
창 없는 방의 공포

창 없는 방을 보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도 창 없는 방에서 삶이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감방에서도 조그맣게 하늘이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서울에서만도 많은 사람들이 창 없는 방에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숨이 막힐 것 같다면서도 살아보면 오히려 편한 구석도 있다는 얘기를 한다. 해가 뜨는지 달이 뜨는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용해서 좋다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이 창 없는 방은 소위 고시원이란 것의 주인공이다. 고시원은 하나의 넓은 공간을 작은 취침공간으로 만든 것이기에 창이 있는 방보다 없는 쪽이 더 많다.

방에 창이 있건 없건 그것은 상관없다 해도 반드시 없어서는 안될 것이 비상구다.

지난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참사를 빚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5∼10m²(약 1.5∼3평) 남짓한 방에서 자다가 순식간에 참변을 당했다.

이들이 “불이야”라는 소리에 놀라 방 밖으로 뛰쳐 나왔지만 유일한 탈출 통로인 출입구는 불길로 막혀 있었다.

출입구와 붙은 방에서 불이 났으니 어쩔 텐가. 지은 지 35년된 낡은 건물로 출입구 외엔 건물에 비상구는 없었다.

완강기는 있었다. 그러나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창도 못여는 판에 이는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일부 거주자만 그나마 불에 달궈진 가로 60cm, 세로 30cm의 작은 창틀 사이로 빠져나와 배관 등을 타고 탈출했을 뿐이다.

우리는 지난 1월 종로구 쪽방여관 화재를 기억하고 있다. 그곳에는 비상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창에는 쇠창살이 달린 창틀이 설치돼 있었다. 공기는 통해도 사람의 통과는 일부러 막은 것이다. 방범 목적이다.

여기서도 생활형편이 어려운 일용직, 퀵서비스 배달원 등 취약계층 6명이 숨졌다. 그때도 비상구 얘기가 나왔다. 저소득층 숙소에 대한 안전도 화두에 올랐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이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창 넓은 방에 사는 사람들은 창 없는 방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3층 건물에서 불이 났으면 탈출이 어렵지만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현장은 달랐다. 조사에 의하면 불은 3층 첫방의 전기난로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3층은 폭 1m 남짓의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 29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또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안그래도 서울시는 노후고시원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법적으로는 2009년 7월 이전의 것이기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주려 했었다. 그때 계획대로 됐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다중이용업소는 법상의 의무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스프링클러 설치 등의 안전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하물며 알고도 소방시설 피난시설을 폐쇄하는 등의 불법행위는 엄단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같은 동종 사고의 반복에 시민들은 분노할뿐 아니라 불안감을 떨쳐 내기 어렵다.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신고 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의도도 있는 것이다.

주요 신고 대상은 영업장 출입구 및 비상구가 폐쇄되거나 잠긴 상태, 방화문(출입문)이 철거되거나 목재 또는 유리문 등으로 교체된 상태, 방화문에 고임장치(도어스토퍼)등이 설치되어진 상태, 피난 통로, 계단 또는 비상구에 물건을 적치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한 행위 등이다.

이같은 불법행위를 발견하거나 목격했을 때에는 직접 소방서를 방문하거나 우편, 팩스, 인터넷 등으로 신고를 하면 된다.

신고 민원인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안전의식 고취를 통해 국민안전을 도모하고자 함이다.

그나저나 국민안전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고 후 수습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예방에 만전을 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안전에 대해 겸허히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소리가 원성이 될 것이다. 그간 정부의 안전정책들이 어떻게 추진돼 왔는지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 보고 앞으로 안전정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한번 더 고심할 때다.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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