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책임 강화'를 담은 산업안전법보건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안전에 대한 도급인과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보호대상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입법예고후 노·사를 비롯한 사용자단체 등 이해관계자와 수차례에 걸친 간담회 등을 통해 협의하고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법의 목적을 ‘근로자’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의 유지·증진으로 확대했다. 그동안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에서는 제외됐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종사자를 보호대상으로 포함한 것이다. 또 외주화가 일반화됨에 따라 사고사망자 중 수급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현실을 감안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진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무를 일부 위험한 장소에서 도급인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도급인이 안전조치와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한 경우 처벌수준을 수급인과 동일하게 높이는 것이다. 산재예방과 산안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의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산업안전법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측에서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행 산안법상 사업주 처벌기준(7년 이하 징역)이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5년 이하의 금고)보다 높고 선진외국과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사업주 처벌형량 강화(10년 이하 징역)는 과잉처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주의 관리책임 한계나 산안법상의 방대한 조치사항을 모두 준수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주만 엄벌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와 관련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 결과는 ‘전반적으로 그 방향성은 맞지만 그래도 현실 여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우월했다는 것이다. 전체의 65.8%를 차지하는 다수 의견이었다.

특히 기업들은 근로자 긴급대피권과 고용부 작업중지 명령 강화는 그 요건이 모호해서 산업현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는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감독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한데 현재 계류 중인 산안법 개정안들은 생산 차질이나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고려 없이 도급인을 비롯한 사업주 의무 강화와 규제 신설에 비중이 실려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검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산재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칫 기업활동의 위축을 초래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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