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선진국 답지 않은 영국의 화재참사로 세계가 경악했다. 런던 24층짜리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모습은 참담했다. 지난해 6월 14일이었다. ‘강건너 불’이란 말이 있지만 이것은 비록 바다건너 불일지라도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불이라면 우리만큼 아픔을 겪는 나라가 또 있으랴 싶을 만큼 잇따른 화재참사를 만나고 있다.

이번에도 큰불이다. 아니 큰불이 아닌데도 7명이 사망하고 십수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 종로의 3층 고시원에서 난 불에서 이처럼 큰 인명피해를 내다니 이 어찌된 일인가.

지난 런던 아파트 화재는 리모델링 때 외벽에 붙인 복합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단시간에 건물 전체를 휘감은 화마의 요인이 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벽과 패널 사이 공간은 굴뚝 역할을 했다. 게다가 아파트 관리업체측은 화재 발생시 집 안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게 안전하다고 주민들에게 안내해 왔고 이번에 그대로 따르지 않은 이들만 탈출하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와 방불하다고 사람들이 지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화재 경보는 울리지 않고 스프링클러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생사의 갈림길을 방황해야만 했다. 임대아파트라서 안전대책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그러고 보면 이런 저런 정황이 우리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것이 그곳에서도 안전불감증이 대참사를 빚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안전불감증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게 마련이다.

이번에 불이 난 고시원은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건물의 3층인데도 인명피해가 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종로소방서는 화재신고 접수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총 18명을 구조했다. 이 가운데 부상을 입은 17명을 고려대병원, 서울백병원 등으로 이송했는데 이중 7명이 사망했다. 사상자 대부분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일용직 노동자였다고 한다. 화재가 출입구 쪽에서 발생해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건물이 낡아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 확인됐다.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긴 하지만 비상구도 문제였다. 3층 건물의 화재에서 어찌 이런 대형참사가 날 수 있는지 자세히 따져봐야겠다. 서울에 이같은 무방비 안전사각지대가 또 어디엔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 참사들을 반면교사로 우리는 안전에 대한 의식 재무장을 다짐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안전불감증을 떨쳐내고 언제나 닥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합당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어물어물하다 정말 큰일난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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