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만에 확 달라진다. 하청 노동자 산재, 원청 책임의 범위를 넓힌다. 법 보호 대상으로 ‘일하는 사람’을 명시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도 포함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은 1990년 이후 28년만이다. 노동부는 지난 2월 입법예고에 이어 노·사 양측 의견수렴 등을 거쳐 개정안 내용을 확정했다.

개정안은 산업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숨질 경우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상한을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높였다. 법인 사업주에 대한 벌금형 상한도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그간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중 유기징역 선고 비율은 1심을 기준으로 0.5%에 불과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를 막는 노력도 중요하다. 2016년 기준으로 사망사고를 당한 노동자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42.5%에 달했다. 그대로 둘 수 없다. 하청 노동자가 당한 산재사고에 대한 원청 사업주 책임을 강화할 수밖에.

개정안은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범위를 ‘일부 위험한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1년에서 하청 사업주와 같은 수준인 5년으로 높였다. 솜방망이의 아웃이다.

앞으로는 위험한 기계가 작동 중이거나 설치 및 해체작업이 진행될 경우 공사의 원청 사업주가 기계 안전보건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새로 적용되는 규정이다.

최근 교보생명 계열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교보리얼코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반면교사다. 조사해 보니 당시의 사고는 단순한 공사현장에서의 관리ㆍ감독 소홀만이 아닌 다른 문제점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 공사현장에서 하도급업체 근로자가 용접작업을 하던 중 외벽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에 대한 수사 결과 용접작업이 이뤄지던 현장 내에는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았고 가연물이 인접해 있음에도 화재예방을 위한 방호조치가 돼있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용접작업을 하던 외벽에는 드라이비트(Drivit) 공법, 즉 단열을 위해 보온재와 스티로폼을 부착하는 방법으로 마감이 돼 있었다.

이 드라이비트 공법은 지난해 12월 21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된 바로 그것이었다. 사업주는 공사작업 중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키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안전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말하는 위법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안전에는 핑계가 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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