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임 종로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장

저는 현재 종로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감염병관리팀은 감염병관리, 국가결핵사업, 방역소독사업, 아토피 사업, 생물테러 대응 등을 하는 부서입니다. 감염병관리에서는 잘 아시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등과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인 결핵퇴치사업을 하고 있으며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소독사업과 예고없이 찾아와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테러업무 등을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아울러 서울시 인재개발원에서는 시민중심 서비스 디자인과 갈등관리를 담당하는 교수요원으로 활동하고 하고 있으며 안전교육, 매너&서비스, 인성교육, 스피치, 직장내 스트레스, 웃음치료, 보건위생사, 사회복지사 등 40여가지의 강사자격을 수료해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학창시절 꿈들이 다 있으셨을 겁니다.

제 꿈은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것이었습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난 저는 여러가지 끼가 넘쳤으나 저를 뒷받침 해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친구들의 옷을 빌려 입고 참여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저는 경제적 뒷받침해 줄 만한 능력있는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최대 목표였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뤄진다’는 말이 있듯이 그토록 꿈꾸었던 일들이 바로 제게 현실로 온 것입니다.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대형 음식점을 경영하시는 부잣집으로 시집갔습니다. 그러나 행운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경찰공무원이었던 남편은 30대에 직장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당시 첼로 공부를 하던 큰딸아이는 서울 예술중학교에 수석 입학 예정에 있었고 둘째딸은 갓 태어난 핏덩어리였습니다. 다행히 착한 두딸들은 성실하고 늘 최선을 다해 줬고 현재 큰딸은 임용고시에 합격해 음악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3인 작은딸 아이는 과학교사를 꿈꾸며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결혼은 최대의 실수이자 제 인생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저에게 고통만 준 남편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평범한 삶을 살았더라면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꿈, 좋은 차를 구입할 계획 등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환경에 가장이 된 저는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내가 만약 지금 직장을 그만 뒀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인사 잘하는 거 빼고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스피치 공부와 예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프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고 자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우울증의 시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죽고싶을 만큼 힘든시간에 제가 무너지면 두딸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에 살고 싶어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웃음치료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 ‘행복여행’이라는 웃음치료에 참여했습니다.

흔히 부모들이 그렇게 살아가듯이 저 역시 자신의 행복보다는 두딸이 행복하면 그것이 바로 저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한가지 조건만 충족이 되면 다른 조건들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삶을 심리학에서는 ‘시간의 구조화를 하지 못하고 산다’고 말합니다. 직장인, 가장, 엄마 역할에만 초점을 두고 살아 왔다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라는 존재에 대해 주도적이고 균형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교류분석 시간의 구조화라는 학문을 접하고 저의 인생은 물론 두딸들에게까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시간의 구조화는 생산적이고, 가치있고, 의미있게 균형있는 삶을 살도록 시간을 재설계해 나뿐만 아니라 이웃도 행복하고 서로 행복하게 삶을 살아 가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시간의 구조화라는 말이 낯설고 생소하게 들리실 것입니다. 아마도 삶을 좀더 작은 단위로 시간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해석해 봅니다. 제가 여기서 시간의 구조화를 설명하고자 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새로운 시간을 가져야 하고 왜 시간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가를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 가장으로서 ‘참 잘살아 왔다’고 말합니다. 타인이 보기에는 잘살았다는 나의 삶에서 자기돌봄, 자기사랑이 빠진 것입니다. 진짜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만족하는 삶을 살 때 흐뭇하게 느끼는 감정을 행복이라고 말을 합니다.

앞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야 할 시간이 더 많기에 내 시간, 내 삶을 새롭게 정리하고 성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그동안 살아온 시간, 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좀더 균형있게 새로운 시간으로 설계하고 수정해 나가고자 했습니다.

첫째 건강을 위해 매년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고 한달에 한번은 산행을 합니다. 해외여행도 좋겠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산행은 운동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일석이조로 여가활동으로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둘째 인간관계입니다. 역량 강화와 친목을 다지기 위해 교수, 강사들과 6년째 매월 지식문화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셋째 재무관리입니다. 돈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기 위해 아주 작게라도 미래에 저축하고 있습니다.

넷째 사회공헌 및 자기계발입니다. 그동안 힘든 상황에서도 배움의 열정을 갖고 행정사 자격증을 비롯해 40여가지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하고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동안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강사로서 열심히 살아온 저를 격려해 주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힘겹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늘 웃고 다니고 어떤 사람은 세상의 번뇌를 다 짊어진듯 인상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진짜 힘들면 웃을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힘들 때마다 거울을 보며 이렇게 말을 합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웃어서 행복합니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도 이쁩니다. 이쁘게 생겨서가 아니라 웃는 얼굴이라서 이쁜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열심히 좋은 것과 긍정을 찾았기에 마음이 저절로 웃었고 얼굴도 따라서 웃었습니다.

돈이든, 명예든, 지위 등은 사람의 마음이 자꾸 행세를 하려고 하는 것이지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돈이든 명예든 지위와는 무관한 것 같습니다. 행복은 상태도 아니고 항상 움직이고 나아가는 현재 진행형의 여정 속에 있는 것이라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그저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것, 이렇듯 일상생활의 매순간마다 느껴지는 소소한 기쁨들에 감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없이 행복은 시작을 못하니까요.

이제 새로운 목표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박사과정까지 공부해서 퇴직 후에는 모교에서 강사활동을 할 것입니다.

시계바늘은 여전히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 가다가도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시간을 좀더 의미있게 사용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됩니다.

이제는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을 옛날처럼 똑같이 맞이하지 않고 자기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간들을 의미있는 뉴타임, 새로운 시간으로 계속 갱신해 나가며 살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이기적인 내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 대해,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조복임 cellonurijuri@mail.jongn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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