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불이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저유소에서 발생한 폭발화재는 17시간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로 발생한 검은 연기가 서울 도심으로 번져 나가자 긴급안전문자가 떴다.

‘금일 덕양구 화전동 송유관공사 화재 발생으로 유해가스가 발생되고 있으니 인근 주민께서는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 바랍니다.’

서울 은평구가 시민들에게 이동 통신사를 통해 발송한 안전 안내 문자였다. 이어 마포구에서도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띄어쓰기도 하나도 돼 있지 않았고 오타도 있는 엉성한 것이었다. 이럴라치면 차라리 안보내는 것이 나았을지 모르겠다.

문자는 은평·마포구 내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인근에 있는 시민들에게 발송됐고 인접한 영등포구 등지에 있던 시민들도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 발송과 관련 마포구청 관계자는 “인접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퍼져 나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다 시민들의 문의 전화도 있어서 오염피해가 우려됐다”며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이동통신사를 통해 문자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재빠른 것은 좋았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에 의하면 “CCTV 1차 확인 결과 탱크 내부의 폭발로 인해 덮개가 날아가고 불길이 솟아 화재가 난 이유와 관련된 다른 외부적 요인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화재사고 직전 인근 500m 가량 떨어진 서울∼문산고속도로 터널굴착공사현장에서 두차례 발파작업과 굴착작업 등 터널개설공사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화재사고와의 연관성을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터널공사현장의 발파작업이 폭발화재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다 할지라도 발파와 굴착공사 등이 저유소 탱크에 진동과 충격을 줘 발화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나마 인명피해는 없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화재 이후 불기둥과 함께 검은색 유독가스가 밤까지 계속 치솟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은 추가 폭발사고 가능성을 내다보며 밤새 떨어야 했다.

이 저유소에서 직선거리로 25㎞ 정도 떨어진 서울 잠실 등에서도 대단한 상황이 관측될 정도로 긴 검은 연기띠가 피어 올랐다. 인근 주민들은 휴일 내내 불안해 하면서 유독가스 공포에 떨어야 했다.

세상에 불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영국 런던에서도 큰불이 나 선진국 망신을 시켰었다. 어쩌면 영국답지 않은 화재참사로 세계가 경악했다. 런던의 24층짜리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모습은 참담했다. 눈앞에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세월호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우리로서는 이것도 결코 남의 일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강 건너 불’이란 말이 있지만 이것은 비록 바다 건너 불일지라도 우리에게 뜨겁기는 영국인들 못지 않을 것 같다.

대형화재로 인한 사망자수는 쉽게 헤아릴 수 없다. 아파트에는 화재 당시 60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는데 영국 언론은 500명 가량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망자가 최대 100명이 넘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고층건물 화재라면 우리도 같은 상황을 지켜본 적이 있다. 1971년 최악의 크리스마스로 사고로 기록된 대연각호텔 화재참사다.

성탄절 아침 1층 커피숍에서 발화한 불은 순식간에 22층 건물 전체로 번졌고 구조를 외치며 창가에 매달린 사람들은 꽃잎처럼 건물 밖으로 떨어졌다. 이 모습은 하루 종일 TV방송으로 생중계됐기에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영국에서도 화재참사와 관련 안전불감증이 확인됐다고 하는 얘기가 전해졌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안전불감증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면 안전을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무슨 참사가 곧바로 찾아드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대형화재다.

또 언제 불이 날지 모른다. 그 불은 우리의 생명을 뺏자며 직접적으로 공격해 올 것이다. 불을 보고 새삼스레 깨우치듯이 우리는 안전에 대한 의식 재무장을 다짐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안전불감증을 떨쳐 내고 언제고 닥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에 합당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어물어물하다 정말 큰일난다.

호랑이 보다 무서운 곶감이 있다고 한다면 불보다 무서운 안전불감증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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