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는 승강이 장면 중에 ‘고객의 갑질’이라는 것이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고객이 점원을 상대로 행패에 가까운 하대를 하거나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경우다.

감정노동이란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 채 회사나 조직의 입장에 따라 말투나 표정 등을 연기하며 일하는 것’을 말한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대략 740만명의 감정노동자가 있다고 한다. 전체 노동자의 40% 수준이다. 콜센터 직원, 텔레마케터(전화통신판매원), 항공기 승무원, 식당 종업원, 백화점 판매원, 은행 창구직원 등이 감정노동자에 속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730개 직업 종사자 2만5000여명의 감정노동 강도를 비교·분석해 봤더니 감정노동의 강도가 가장 높은 것이 텔레마케터였고 다음이 호텔관리자와 네일아티스트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손님은 왕이다’란 고객만족, 고객감동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감정노동자들의 노동강도도 더 세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하고 감동하면 재구입을 하게 돼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에게는 강렬하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고객 앞에서 직원이 무릎을 꿇는 일이 종종 발생하니 이제 감정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회에서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 제정에 나섰고 정부도 감정노동자의 ‘적응 장애’와 ‘우울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등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트레스 1위라는 텔레마케터의 경우 고객들은 상대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전화상으로만 만나기 때문에 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텔레마케터는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고객이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많다니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고객이 심한 언어폭력을 가해도 전화를 끊지 못하는 것도 고통이다. 기업 규정에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자들이 앞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나마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당사자가 이미 병들어 버린 뒤에 치료비를 제공하는 식이라면 이 역시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역시 사전에 폭력적인 상황을 예방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아끼는 고객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먼저 감정노동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챙기고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감정노동자들의 소리없는 외침을 들을 때다. 때마침 안전보건공단이 고객 응대를 주로 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이달부터 적극적인 캠페인을 계속 펼친다고 하니 그 성과를 기대해봐야 갰다.

‘#andYOU’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캠페인은 감정노동자 보호규정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에 맞춘 것으로 국민에게 관련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홍보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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