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1년 중 열번째 달로 단풍이 물들고 수확하기에 좋은 달이다. 절기로 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이 들어 있다. 10월은 여느 달과 달리 상(上)자를 붙여 상달이라 예칭한다.

새로 난 곡식을 신에게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는 의미다. 예로부터 우리 한민족은 시월이면 제천(祭天)의식을 거행했는데 이것은 시월이면 한해의 농사가 끝나 하늘에 추수감사제를 지낼 수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시월이면 마을에서 동제를 지내고 집에서 가신제를 지내기도 하는데 이것은 모두 고래의 유풍으로 추수에 대한 감사와 연결된다. 국화가 만발하고 단풍이 물들어 가을은 점점 깊어 가니 어찌 좋은 계절이 아니겠는가.

옛 가신제는 집안을 수호하는 신에게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것인데 특히 시월이면 가신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격인 성주를 위한 굿을 했다.

10월은 추수감사의 달이었으므로 상달이라고 칭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10월 3일이 개천절 국경일이다.

하늘이 열린 시월상달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안전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 좋은 계절에 안전불감증의 사고와 재해가 끼어 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열린 풍요의 계절을 우리의 부주의로 얼룩지게 한단 말인가.

안그래도 정국이 시끌시끌하다보니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안전부터 되새기고 다져야 할 시점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 틈에 가을이 열렸다. 폭염에 온열질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물놀이 사고로 목숨을 위협받을 일도 없다. 장장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들어 있는 골든 시즌. 그러나 이 좋은 가을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만큼 또 그 빈틈을 노리는 위험이 똬리를 틀고 있다. 가을이 좋기에 여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오다. 

언제부턴가 예고없이 닥치는 이상고온과 예측불가의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할 때 10월에는 해양사고, 야외활동, 태풍피해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마음을 놓고 보면 오히려 여름보다 더 위험한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안그래도 지금 슈퍼태풍으로,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동서대륙이 엄청난 재난에 휩쓸리고 있다.

10월의 가을은 해양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며 육지에선 벌쏘임·뱀물림, 예초기 안전사고 등이 집중되는 시기다. 가을 태풍도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적의 하나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명절대이동에 맞물려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막지 않으면 안된다. 혼잡도 혼잡이려니와 들뜬 기분에 잠시 주의를 소홀히 하면 그것이 큰 비극을 부른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하는 것이다.

안전의 원리는 간단하다. 안전수칙을 준수하면 그에 해당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안전을 깜빡한 탓으로 어찌 사망의 위험까지 감수하려 드는가. 그 쓰라린 결과를 연상해 본다면 이런 만용을 부리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용하고 위험한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는 이 고질적 안전불감증을 퇴치하는 것이다. 목숨보다 귀한 것이 없는데 안전불감증은 그 소중함을 망각시킨다.
요즘은 사람들이 치매를 걱정한다. 암보다도 기억을 상실하는 치매가 더 무섭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이야말로 이 치매와 다를 게 무엇인가. 안전의 치매현상이다.

안전수칙은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안전수칙이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어김없이 원치 않는 결과가 찾아온다.

안전사고란 안전수칙만 잘지키면 결코 일어나지 않는 사고다. 그래서 명칭도 안전사고다. 그럼에도 이를 우습게 여기다 대형사고를 유발하고 귀중한 인명을 빼앗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2017년 6월 기준으로 세계 29위를 차지하고 있다. 20위 초반에서 뒤로 밀려 중국과 일본에 뒤진다. 인구 10만명당 안전사고 사망자수는 OECD국가 중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안전쪽으로 더 많이 힘써야 한다는 얘기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안전은 생활에서 체질화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안전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안전교육이다. 국민들도 그간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접해본 적이 없으니 정부에서 대국민 안전교육을 실시한다고 해도 반응이 미지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전교육을 펼치되 이에 앞서 충분한 안전홍보가 있어야 한다.

국가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안전하게 지켜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대기업의 일탈을 엿보게 하는 중대사고도 그 맥을 끊어야 한다. 당국과 지자체, 그리고 대기업들이 앞서서 ‘안전문화 없이 안전은 없다’는 것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널리 홍보하고 계도해야 한다.

안전홍보와 캠페인은 시도 때도 없이 열심히 할 때 열매를 맺는다. 안전을 상달의 꽃으로 피우자. 안전선진국으로 가는 도약대를 마련하자.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