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소화약제 사용대체·명확한 책임규명 촉구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₂) 누출사고는 일반인에게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다. 전문가들에게도 그렇다. 사고는 지난 4일에 발생했으며 CO₂ 누출로 협력업체 창성 소속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번 사고에 대해 각계에서의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지만 이번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먼저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고 사고재발방지 및 국민안전을 위한 근본문제에 대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실련은 성명서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약제 전면 사용금지”와 함께 “이번 사고의 가해자인 삼성전자 및 이를 방조한 관계 당국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철저한 원인 분석과 조사로 책임을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및 좌담에는 정재희 안실련 부대표(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 명예교수)와 조용선 소방기술사(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가 나섰다. 여기에 안전신문 최명우 주필이 참석해 안실련의 주장과 대안제시의 내용을 분석·정리해 본지에 실었다.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경위

사건이 중대하므로 고용노동부, 경기용인동부경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에 나섰다. 감식은 사고발생지인 6-3라인 지하 1층 CO₂ 집합관실과 1층 전기실까지 폭넓게 진행됐다. 감식팀은 CO₂ 집합관실과 3층 전기실로 이어지는 밸브 부분이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고 있다. 경찰은 전기실 센서 오작동 원인도 조사하는 중이다.

우선 확인된 것은 지하층 CO₂ 누출 당시 다른층 전기실에서 센서 오작동으로 동시에 CO₂가 방출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자면 CO₂ 탱크를 모아둔 공간에서 배관이 파손돼 사고가 난 것이라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소방설비의 전반적인 기계적 결함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자동 화재탐지기 교체작업을 해 온 소방설비 유지관리 협력업체 소속 3명의 근로자는 작업 후 자재를 옮기며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경보가 울렸고 삼성전자 자체 소방대에서 경보를 듣고 현장에 출동해 보니 이들 3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이곳의 지하 1층 밀폐된 CO₂ 집합관실에는 45㎏짜리 액화 CO₂ 탱크 133개가 보관돼 있고 모두 9개의 배관을 통해 건물 내 전기실 9곳으로 연결돼 있다. 지상 1층 전기실은 133개의 탱크와 3층 전기실은 119개의 탱크와 각각 연결돼 있는데 9개의 배관 중 3층 전기실과 연결된 1개 배관의 밸브 부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파손돼 CO₂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인사사고는 왜 났을까. 누출된 CO₂는 압력이 워낙 높아서 배관과 함께 벽에 큰 구멍을 냈으며 이곳을 통해 가스가 확산됐다. 때마침 근처 복도에서 자재를 나르던 3명이 CO₂에 접해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

배관이 파손된 것은 외력이 작용했을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계적인 결함으로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손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 사고 당시 지상 1층 전기실에 CO₂가 방출된 것은 화재 감지센서의 오작동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하 1층 배관 파손도 외력보다는 기계적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린다.

사고 재발방지대책 제시

대기업들은 동종의 사고방지를 위해서는 하청측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켜 줘야 한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은 안전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그러나 소리만 클 때가 많다. 여기저기 안전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도 인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에는 충실하다고 해도 이번 사고와 같이 소방쪽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CO₂의 용도다. 삼성전자에서는 왜 이렇게 많은 CO₂를 갖고 있는가. 삼성뿐이 아니다. 대형현장이나 생산공장, 변전소 등 큰 전기시설이 있는 곳에는 대량의 CO₂가 충전돼 있다. 소방소화물질인 것이다. 소방소화는 일반적으로 물을 쓴다. 그러나 전기나 화학물질 등이 있는 곳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는 물을 쓰지 못한다. 스프링클러는 물을 분사하지만 이번 삼성사고 현장 같은 곳은 소방소화용으로 CO₂를 쓴다. 물론 CO₂가 아닌 청정 안전소화물질도 있다. 이를 사용한다면 이번 같은 인명피해는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CO₂는 탄산음료에도 들어 있다. 농도가 엷으면 인체에 무해하다. 그러나 농도가 10% 이상으로 올라가면 목숨도 앗아갈 수 있기에 절대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산화탄소 소화약제 전면 사용금지 및 이산화탄소 약제에 대해 청정소화약제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실제로 이 때문에 중대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근본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재희 부대표, “무위험 사업장 만들라”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위험의 외주화 문제로 발생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방관련 분야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전문업체가 하는 것이 맞다. 단순히 이번 사고를 위험의 외주화 문제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대기업 역시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고를 통해 통감했듯이 그 무엇보다 위험요인을 없애든지 그렇지 못하면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위험을 조기 감지 및 예측해 사고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무위험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사람이 작업 및 점검 등을 위해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는 CO₂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비가 더 들어도 청정소화약재를 사용하면 귀중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이런 곳이 무위험사업장이다.

특히 전기관련사고는 더욱 안전해야 한다. 이를 안전사업장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없지 않다. 예컨대 물을 이용한 화재 진압이 불가한 전기실 등의 변압기나 차단기 등의 화재·폭발이나 설비사고의 징후를 상시 예측 및 감시해 관련사고 및 정전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변전소 종합예방진단시스템의 도입이 그 하나이며 이 시스템에서는 변압기 및 차단기의 부분방전진단기능, 차단기 동작특성분석기능, 변압기 유중가스분석기능, 변압기부싱누설전류감시 기능 및 변압기 OLTC진단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누전 등에 의한 화재 및 감전사고예방을 위해 이들의 징후를 상시 감시 및 예측을 통해 관련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IoT기반 전기안전 원격감시시스템 구축·운영도 중요하다.

그리고 신설변전소나 교체가 필요한 변전소는 전기화재 및 설비사고를 동반한 정전사고 위험이 현저히 낮고 공사비도 기존보다 10% 이상 절감가능한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변전소로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변전소는 다량의 조작용, 전원용 구리선을 광케이블로 변경해 제어케이블을 약 70% 절감하고 회로구성을 단순화 및 이중화 등으로 인적실수에 의한 사고 예방을 강화하고 있으며 많은 공간을 차지하던 원격제어보호반 및 현장조작스위치 등을 소형의 지능형 전자장치로 통합해 감시, 제어, 보호기능 등을 종합화하는 등 변전실 필요공간의 대폭 축소를 가능케 해 공사비 절감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전기화재·폭발 및 전기설비사고를 통한 정전사고 등을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첨단 위험예측 및 제어기술 등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전기안전관리의 고도화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용선 부회장, “청정소화약제로 교체해야”
 

물 분무 등 소화설비는 설치대상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물 분무 등 소화설비라 함은 ‘물 분무 소화설비, 미분무소화설비, 포소화설비, 할론소화설비,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소화설비, 분말소화설비, 강화액소화설비 그리고 이산화탄소소화설비’를 말한다.

전기실, 발전실, 변전실, 축전지실, 통신기기실 또는 전산실에는 소화약제 적응성 측면에서 ‘할론소화설비(현재 국제적으로 사용 하지 않고 있음),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소화설비(이하 ‘청정소화약제소화설비’라 함), 이산화탄소소화설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소화설비는 감지기 작동으로 작용이 시작된다. 화재 신호가 수신기에 통보되면 경보장치가 작동되며 화재 지구표시등이 점등된다. 이때 타이머에 의해 설정된 20~30초가량의 일정시간이 경과되면 기동용기의 밸브 동작에 따라 기동용 CO₂가스가 방출된다. 방출된 기동용 CO₂가스가 선택밸브 및 해당구역의 저장용기 밸브를 개방시키면 저장용기 내의 CO₂가스가 방출되며 CO₂가스가 선택밸브를 통과하는 순간 압력스위치가 감지해 방출표시등이 점등된다. 이어 분사헤드를 통해 CO₂가스가 방출된다.

공기 중의 산소농도는 21%다. CO₂가스가 방사될 경우 실내의 산소농도를 15% 이하로 낮춰 질식소화가 가능해진다. 탄화수소 가연물의 경우 산소농도가 15%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연소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다. 이 CO₂는 전기에 대해 비전도성으로 C급화재에 매우 효과적이다. 공기보다 비중(1.53)이 크며 가스상태로 물질 심부까지 침투가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농도에 따른 생리적 반응을 고려할 때 이산화탄소화약제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이산화탄소소화약제 설계농도는 34%임).

사람이 근무하는 장소는 이산화탄소소화설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으나 전기실, 발전실, 변전실 등 사람이 상시 근무하지 않는 장소는 이산화탄소소화설비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사람이 상시 근무하지 않는 장소는 청정소화약제와 이산화탄소소화약제 중 거의 모든 장소에 가격이 저렴한 이산화탄소소화설비가 설치되고 있다. 또 사람이 근무하는 장소에도 이산화탄소소화설비가 설치된 사례가 있다.

2001년 5월 28일 금호미술관에 이산화탄소소화설비가 설치돼 있던 곳에 이산화탄소소화약제 방출 사고가 반면교사다. 이산화탄소가스 10병(450㎏)이 2층 전시실을 통해 약 1분간 방출되면서 관람 중이던 5~6세 어린이와 보호자, 그리고 미술관 직원 등 59명이 질식돼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중 한 어린이는 뇌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졌다. 만약 이산화탄소 설계농도 34%가 정상적으로 유지됐더라면 모든 사람이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나 미술관의 개구부에 대한 관리 미흡, 초기에 유리창 파손 등으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최소화됐다. 현재 소방관련법에 안전조치로서 이산화탄소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는 공기호흡기를 설치토록 돼 있다.

공기호흡기가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만약 이산화탄소화약제를 모두 청정소화약제로 교체하지 않으면 앞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이다.

가스계소화설비의 건전성은 확보돼 있는가? 가스계소화설비의 구성품인 감지기, 중계기, 수동조작스위치, 제어반, 화재표시반, 배관, 저장용기, 선택밸브 등에 대한 내구연한이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고 있어 오동작 및 배관파손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약제가 방사돼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설계농도가 유지돼야 한다. 설계농도유지에 대해 ‘Full Discharge Test(환경문제, 비용문제로 권장되지 않음), Door Fan Test 등’에 의해 연 1회 이상 성능이 확인돼야 하나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산화탄소화설비는 화재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시설이 인명을 희생시킬 수 있는 심각한 시설인 이유다.

가스계소화설비의 구성품의 내구연한 마련과 설계농도유지에 대해 연 1회 이상 성능 확인이 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에 대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성명서

지난 4일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사업장 내에서 이산화탄소 유출사고가 발생해 근무하던 직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에도 불산 누출사고로 근로자 1명을 사망케 하는 등 일류기업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우리 안실련에서는 이번 이산화탄소 유출사고의 가해자인 삼성전자 및 이를 방조한 관계 당국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철저한 원인 분석 및 조사, 책임 규명과 아래와 같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첫째 이산화탄소 소화약제 전면 사용금지 및 이산화탄소 약제에 대해 청정소화약제로 교체해야 한다. 현재 소방법에는 근로자 등이 상주하지 않는 전기실 등 약제의 경우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를 허용하고 있으나 이번 사고의 경우처럼 인접한 곳에 근로자 상주시설이 있거나 점검·유지보수로 인해 부정기적으로 작업하는 경우 얼마든지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이산화탄소 소화약제의 전면적인 사용금지 및 보다 안전한 청정소화약제로 대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둘째 첨단 전기화재예방시스템의 도입으로 전기화재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스계 소화설비가 필요한 전기실 등에 대해서는 전기화재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 변전소 종합예방진단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격 상시 절연감시시스템 도입 등 전기화재요인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특히 신규 변전소와 교체 가능한 변전소의 디지털화 등 첨단 전기화재예방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근로자 안전 및 전기화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가스계 소화설비의 설계농도유지 성능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가스계 소화설비는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실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설계농도유지에 대한 성능확인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불도 끄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이를 대응하고 있는 근로자 등을 사지로 내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가스계 소화설비에 대한 설계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 1회 이상 주기적인 설계농도유지 테스트를 의무화해 시행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 근로자의 안전도 삼성전자 근로자와 동일한 안전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삼성전자 모든 사업장 내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종합계획을 수립,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당하지 않는 무위험 사업장을 구현할 것을 촉구하며 정부도 관련 법령의 개정, 제도의 개선으로 더 이상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이 희생되지 않게 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2018년 9월 7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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