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불안하다. 주변에서 의외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폭력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어린이집도 안심할 곳이 못된다. 성폭력이며 교통사고가 우리를 불안케 한다. 이런 국민들을 지켜 주는 것이 국가다.

요즘 국민들은 안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재난유형별로 안전체감도를 조사해 봤더니 역시 성폭력·환경오염·사이버분야에서의 반응이 민감했다.

행정안전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일반 국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민안전 체감도’를 조사했다.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는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해 느끼는 개인의 주관적 인지도 조사로 설문내용은 국민안전 체감도, 사회안전관리 수준, 국민안전 실천 역량 등에 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일반 국민이 느끼는 사회 전반의 안전체감도는 5점 만점 기준 2.86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2.77점에 비해 0.09점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2.27점)·성폭력(2.44점)·사이버위험(2.31점) 분야는 체감도가 많이 처져 있다.

반면 원전사고(3.00점), 안보위협(2.95점) 부분은 안전체감도가 높다.

안보위협 유형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2.55점에 비하면 상승폭이 큰 셈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평화 분위기 조성에의 기대감이 커지는데 따른 반응으로 분석된다.

화재에 대해서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 밀양화재 참사와 세종시 공사장 화재 등 사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 새 조사 대상에 오른 안전관리 주체별 위험관리 역량 수준에서는 정부분야 소방·해경이 가장 높았다.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소방과 해경의 경우 초기 출동·대응이 향상되고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노력과 역량이 돋보였던 것이다.

한편 민간 차원에서는 일반 국민도, 전문가도 모두 민간기업의 위험관리 역량 수준을 낮게 평가했다. 민간기업을 못믿겠다는 반응이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체감하는 기준의 첫째는 사망률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안전사고 사망률은 OECD 평균의 두배에 달하고 교통사고와 자살은 근 10년 동안 연속 1위라는 부정적 기록을 낳고 있다. 자연재해, 화재, 범죄, 자살, 감염병 등에서 고르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곳이 안전도시요, 안전체감도가 높은 고장으로 꼽히게 된다.

지역간 안전환경 차이가 수치와 조사로 비교되는데 따른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비안전지대 공개에 따른 낙인효과, 재산가치 하락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의 적신호가 표시되면 이를 즉시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안전 때문에 땅값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면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서 지가를 올리면 더 좋지 않겠는가.

손자병법으로 안전을 풀어볼 수 있을까. 손자병법의 지혜를 빌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손자병법을 안전의 길라잡이로 삼아도 별문제 없을 것 같다.

예로부터 작전의 성전으로 많은 무장들에게 존중됐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영의 요지와 인사의 성패 등에도 비범한 견해를 보이고 있어 인생문제 전반에 적용되는 지혜의 글이라 할 수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남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며 전쟁해 이기는 것보다 전쟁하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여겼다.

손자병법 허실편(虛實篇)에 ‘적의 허점을 찾아라’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적병이 급히 추격해 출격할 수 없는 장소로 진격하라. 적병이 급히 추격해 출동할 수 없는 의도하지 못한 위치를 찾아라.”

천리길을 행군해도 아군이 피로하지 않은 것은 적군이 없는 지형으로 행군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고의 원인을 피해 가야 한다. 이것이 예방이다.

예방 없이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 그리고 손자병법에서 일러주듯이 이 예방이라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적의 허점을 찾아야 비로소 예방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적의 허점을 찾는다는 것은 즉, 능동적인 행위인 것이다. 안전은 추구하는 자의 것이다. 안전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안전불감증이다.

지금 우리의 안전온도는 몇도나 될까. 차가워도 안되고 뜨거우면 더더욱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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