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에서 흙막이가 무너져 인근 상도유치원 건물이 붕괴위기에 내몰리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지난 6일 밤 11시경이 넘어서다. 다세대주택 건축을 위해 쌓아놓은 흙막이가 비에 젖어 아래로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주저앉은 것이다. 한밤중에 사고가 발생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지 122명의 원생들이 다니는 주간에 사고가 일어났더라면 대형 인명사고를 빚을 뻔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는 유행가 가사도 있다지만 요즘 정말 땅이 꺼지는 사고가 잇따라 사람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은 조심스레 철거해 일단 위험을 피하기는 했지만 또 이런 사고가 뒤따를지 몰라 가슴조이기는 여전하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대규모 땅꺼짐 사고가 일어났었다. 이 아파트 옆 오피스텔 공사장에 설치한 흙막이 시설이 무너지면서 인근 도로와 아파트 주차장까지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땅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무너지면서 난리가 났었다.

돌이켜 보면 이 사고들도 모두 사전에 이상 징후가 있었다. 상도유치원은 이미 지난 3월부터  붕괴조짐이 있었다. 징후가 아니라 경고라 할만하다. 유치원측에서 담당 구청에 이를 알리고 긴급조치를 요청했지만 어쩐 일인지 구청은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안전불감증 때문인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치자. 그렇다고 아이들을 위험에 내모는 것을 방관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높은 것은 언제나 추락의 위험을 갖고 있다. 높을수록 위험하다. 기초가 약한 것은 언제나 붕괴 위기가 따른다. 그리고 잠시 한눈을 팔면 사고가 따라 붙는다. 이런 위험은 사전에 제거돼야 마땅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위험의 누적으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잇따른 산재로 사고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 사업장이 이런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니 이 또한 이해가 어려운 저간의 상황이다. 대기업 경영층의 안전의지 부족, 생산 우선 경영으로 인한 노사 신뢰 저하, 중대재해 재발방지 노력 부족 등의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업표준과 제반 안전규정 미준수, 안전교육 인프라 부족 등도 동종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안전의 근본은 예방이다. 하지만 인간 본성이 예방을 소홀히 하는 탓인지 예방은 늘 뒷전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 안전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현시대인 만큼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그 관리에 빈틈이 없어야겠다.

안전을 챙기지 못한 책임은 단호히 물어야 한다. 솜방망이로는 안전불감증을 때려잡지 못한다. 오히려 위험을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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