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의 보살(菩薩)은 일반적으로 ‘깨달음을 구해서 수도하는 중생, 구도자, 지혜를 가진 자’ 등으로 풀이된다. 어학사전에는 ‘부처가 전생에서 수행하던 시절, 수기를 받은 이후의 몸’ 또는 ‘위로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제도하는, 대승 불교의 이상적 수행자상’이라고 설명돼 있다. 산스크리트어 보디사트바(Bodhisattva)의 음을 딴 보리살타의 준말이기도 하다.

보살의 원천은 전생의 석가모니보살이지만 단수로서 석가모니부처만을 가리켰던 보살이 복수로서 중생을 뜻하게 됨에 따라 과거·현재·미래에 다수의 부처가 있다는 다불(多佛)사상으로 전개됨을 볼 수 있다.

특정의 보살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성불하겠다는 서원을 일으켜서 보살의 길로 나아가면 그 사람이 바로 보살이며 장차 성불할 수 있다는 원리는 대승불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많은 보살들 가운데 신앙대상으로서의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 문수보살(文殊菩薩), 보현보살(普賢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등은 일반인에게도 제법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든 종류의 인간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신변에 나타나 중생들의 깨달음의 성취를 위해 교화실천에 전념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지장보살은 좀더 특별한 면이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석가의 위촉을 받아 미래불인 미륵불(彌勒佛)이 출현하기까지 일체의 중생을 구제토록 의뢰받은 보살이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지옥에 몸소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교화, 구제하는 지옥세계의 부처님으로 신앙된다. 불교 신앙을 가진 이라면 사후에 만날 수도 있는 지장보살에 대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들 근로현장에서는 수많은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종교와 관련한다면 이럴 때 지장보살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목숨이다. 그런데 중대사고로 이 생명을 잃는 것도 억울한데 자살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더욱이 근로현장에서 자살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18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6년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 중 취업자 비중이 45.6%나 된다. 이 또한 매년 증가세라는 것도 문제다. 근로자 자살에는 서비스·판매 종사자(10.5%)와 단순노무 종사자(6.3%)가 많았다.

경찰청 내부자료를 보면 같은해 자살자 1만3020명 중 514명의 자살동기가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였다.

그런데 자살이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자살·자해행위를 정신질환에 포함한다. 우울병·불안장애·적응장애·외상후 스트레스·수면장애와 같은 범주다.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정신질환 이력을 대야 한다. 정신질병을 산재로 인정한 건수는 2016년 169건 중 70건에 불과하다.

매년 500명을 훌쩍 넘는 노동자들이 직장 내 문제로 자살을 택하지만 대다수는 산재보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자살이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데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서란 이유도 있다. 인과관계는 원인과 그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다.

문제는 결과 발생의 조건이 여러가지란 것이다. 그래서 특정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발생한다.
근로자의 자살은 업무과중성이 있었느냐를 따진다.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부르고 그 우울증이 자해를 부른다는 것인데 현실에 적용되는 근거 입증이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영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한가지 기준 설정의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재판부는 “업무로 유발·악화된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근로자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을 때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안전보건공단은 이달부터 근로자를 지키는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선임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선임대상 사업장의 자격취득을 지원키 위한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양성 무료교육을 실시한다.

그런가 하면 업무 스트레스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사업장 내 자살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자살예방을 막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양성교육도 실시되고 있다. 한국산업간호협회에서 생명사랑 인식개선과 함께 자살률 감소를 위해 이 분야에 종사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충동을 받는 근로자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이들 게이트키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겠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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