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내에서 권한을 가진 자가 산업안전보건 책임지는 사회 실현”

올해 초 정부는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등 사고성 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오는 2022년에는 사고성 재해사망자수를 지금보다 50% 감소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사고성 재해 사망자 줄이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과제다.

사고성 사망재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인 추락사고의 예방이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은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건설업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추락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정부가 산업재해통계를 작성한 이래 큰 틀은 변함이 없었다.

안전보건공단에서는 3대 악성 사고사망으로 추락, 협착, 질식을 선정하고 집중관리를 통한 근절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사업장 내 권한을 가진 자가 산업안전보건의 책임을 지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사업을 집중할 계획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사업주)과 작업을 시키는 자(원청)를 사업대상으로 집중해 권한을 가진 자가 자율적으로 예방의무를 이행토록 유도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는 ‘추락재해 예방’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추락은 사망입니다. 안전은 생명입니다’라는 메시지로 실시된 안전점검의 날 행사에 대한 특집 보도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락재해예방’의 길에 동참하기를 희망하며 안전신문은 총 10회에 걸쳐 ‘건설현장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특집 캠페인을 실시코자 한다.

‘건설현장 사망사고 주범’ 추락재해 예방에 안전관계자 총출동

일선 안전관련 기관들이 건설현장 사고사망 최다 발생형태인 추락재해 예방에 발벗고 나섰다.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사장 박두용)은 지난 4일 제265차 ‘안전점검의 날’을 맞아 건설업 추락사고 예방을 주제로 전국 27개 지역에서 동시 안전점검 행사를 전개했다. 이번 안전점검의 날은 정부의 ‘산재사망 절반으로 줄이기’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추락은 사망입니다, 안전은 생명입니다’를 슬로건으로 건설현장 중심으로 실시됐다.

매년 4월 4일은 안전점검의 날로서는 가장 큰 행사다. 특히 이번에는 산업재해를 책임지는 중심축인 고용노동부의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안전보건공단의 박두용 이사장 취임 후 첫 대대적인 안전점검의 날 행사였다. 외부공모를 통해 임용된 박영만 국장은 안전보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변호사이자 의사이며 박두용 이사장은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으로 재직, 산업안전보건분야 정책수립과 연구발전에 기여한 바 있어 이목이 집중됐다.
본지는 4월 4일 안전점검의 날 현장을 동행했다.

<사진1>

“지난해 산업재해로 755명이 사망
이 중 건설업종에서 400명 발생
전체 산재사망자의 절반 이상 차지
건설업 사망사고 발생 원인 중
223명이 추락사고로 목숨 잃어
추락사망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산재사망자 50% 줄이자’는
정부 정책은 단지 구호에 그칠 뿐”

 

<사진2>

“정리정돈이 잘된 현장에서는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는 법
머릿속의 이론과 현장은 다르기에
항상 점검 통해 위험요인 살펴야
안전은 소나기처럼 잠시 피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사업장에서는 안전을 먼저 챙겨
진짜 안전한 세상 만들어 줘야”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과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취임 후 처음으로 전개된 대대적인 4월 4일 안전점검의 날의 궁극적인 목적은 건설업 추락재해 예방이었다. 많은 산업재해 장소와 유형 중 건설업 추락재해가 지목된 것은 이유가 있다.

고용부에서 공표한 2017년 9월 기준 산업재해 잠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755명, 이중 건설업 사망자수는 40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3%에 달한다.

건설업의 위험성은 수치만으로도 위협적으로 보인다. 매월 44명씩 하루평균 1.5명의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러한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사고 유형은 대부분 떨어짐, 즉 추락이었다. 다양한 재해유형 중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223명이었다. 주로 안전점검과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실시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재건축현장에서 기존 아파트 철거작업을 위해 철거업체 노동자가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에 탑승해 아파트 주위에 가림막 설치를 위한 비계를 설치하던 중 고소작업대 붐이 꺾이면서 추락해 사망했다<사진1>.

또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형틀공이 알루미늄 폼을 사용한 내부 형틀작업 중, 갱폼의 작업발판을 통해 이동하기 위해 미고정된 갱폼의 작업발판을 밟아 작업발판이 탈락되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했다<사진2>.

위의 사례만 봐도 첫번째 사고는 현장의 여건에 맞게 작업반경, 장비의 하중을 검토하여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장비를 운전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고, 두 번째 사고 역시 갱폼의 발판이 고정돼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이 사고를 불러왔다.

역설적이게도 안전하게 작업하려고 사용한 고소작업대와 갱폼이 불안전한 상태로 관리돼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5일에는 해운대 소재 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벽체에 고정돼 있어야 하는 앵커가 벽체에서 떨어져 나가며 노동자들을 태운 작업용 케이지가 통째로 추락했다.

건설현장에서는 한층씩 건물을 올리는 과정에서 가설기자재를 많이 사용한다. 아파트현장 기준 약 2년의 공사기간 동안 전기팀, 설비팀, 골조팀 등 서로 다른 팀이 뒤섞여서 일을 한다. 팀간에 간섭도 있으며 공사 진행기간도 각각 다르다. 이 때문에 짧은 기간동안 쓰게 되는 가설기자재도 많아진다.

단기간 사용하는 가설시설이나 장비에 대해 점검이나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허용하중 등의 장비스펙을 제대로 알 수 없고 위험한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 없게 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에 따라 이러한 추락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실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추락은 사망입니다, 안전은 생명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이번 안전점검의 날을 전개했다.

이날 중앙 안전점검은 GS건설에서 시공하는 KT 신사관광호텔개발사업현장(현장소장 박주곤)에서 전개됐다.

중앙 안전점검 행사를 GS건설과 함께 실시한 이유는 회사의 안전방침 때문이다. GS건설에서는 ‘산재는 결코 숨겨선 안되며 발생한 모든 사고는 즉시 보고토록’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산재은폐 근절대책에 부합하며 매우 모범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공사금액 1130여억원에 이르는 이 현장은 도심지인 압구정역 3번 출구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5층부터 지상 17층 규모로 건축되는 만큼 위험성도 상존하지만 하루 두 번의 안전소통과 철저한 점검 및 관리를 통해 현재까지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과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참여했으며 권호안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 이동우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 이충호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장, 고광재 안전보건공단 안전문화홍보실장 등이 함께 했으며 GS건설에서는 박상면 전무(CSO), 박홍원·박찬정 상무, 박주곤 현장소장, 박계홍 안전보건팀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사업장 현황 보고 ▲안전점검 ▲현장 사전점검 결과 강평 ▲추락사고 예방 결의대회 순으로 진행됐다. 사업장 현황보고 후 박영만 국장과 박두용 이사장은 지하 4층부터 지상 4층까지 현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현장은 건축부지가 넓은 만큼 작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CCTV모니터링을 통한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 및 불안전 시설, 안전작업절차 준수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불안전한 상황을 발견시에는 즉각적인 조치와 함께 불안전 행동 노동자에 대한 특별교육을 진행한다.

또 추락재해 예방과 관련해서는 RCS를 이용하고 있었다. RCS는 외부 거푸집의 인양을 위해 유압시스템을 사용하여 레일을 통해 작업대를 끌어 올리는 자동인양시스템으로 안전성 및 시공성 확보를 위해 사용하는 공법이다.

이와 함께 해운대 현장의 사고원인 중 타이로드 연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참고해 타이로드 콘 삽입 깊이 기준인 55mm 보다도 더욱 강화된 70mm로 철저하게 규정하는 등 안전관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장을 시찰하던 박영만 국장은 CCTV에 비친 외국인 노동자를 보고 “평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박주곤 현장소장은 “통역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일부에게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음성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고 있다”고 답했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지하 현장을 돌아보던 중 산업안전 전문가답게 크레인, RCS 등 현장 장비에서 미흡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먼저 물어보기도 했으며 “이론과 현장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현장점검을 통해 직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현장소장에게 전달했다.

이날의 마지막 행사는 추락사고 예방 결의대회였다. 20여분간 진행된 결의대회는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인사말 ▲안전모 스티커 부착 및 씌워주기 행사 ▲추락사고 예방 결의문 채택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마무리말 순으로 진행됐다.

박영만 고용노동부 국장은 인사말에서 “제조현장을 보면 깨끗한 현장은 사고가 나지 않는데 이 현장도 정리정돈이 철저한 것을 보니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며 “이 현장을 돌아보면서 작업자들이 현장의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작업자들이 열심히 하시는 만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힘써 주시길 바란다”며 “저도 제 자리에서 정책 지원과 함께 현장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안전모 스티커 부착 및 씌워주기 행사가 진행됐다. 안전모 스티커에는 ‘추락예방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추락사망사고 예방에 있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주인공이라는 의미다.

이 행사에서 박영만 국장과 박두용 이사장은 근로자들과 대화하며 꼭 다치지 말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추락사고 예방 결의문 채택식에서는 노사를 대표해 박주곤 현장소장과 조봉만 근로자 대표가 결의문을 선언했다. 결의문은 건설현장 추락사고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 확보를 위해 노·사가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끝으로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이 행사를 준비해 주신 GS건설 및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안전, 특히 건설현장과 추락재해는 최근 사회에 있어 큰 이슈로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문제는 잠시 소나기처럼 피해가면 되는 문제가 아니며 이젠 시대가 바뀌어 안전 없이는 지속가능한 사업이 없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며 “우리 공단에서도 정부의 국정과제가 사망사고 줄이기인 만큼 사망사고, 특히 건설현장 사망사고 줄이기에 다각도의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저희가 혼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며 “특히 현장에서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안전을 실천하는 진짜 안전을 실행해 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핵심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는 여러번 생각하고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써 주시길 당부드리며 정말 안전하시길 바란다”며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특별취재팀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