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내부 적폐청산을 논의하는 ‘고용노동행정 개혁위원회’가 출범한 것이 지난해 11월이었다. 그 출발로부터 9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하고 15대 과제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주목할 대목이 아주 많다.

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로 그간 총 23회의 전체회의를 비롯해 노사단체 등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자료 검토 및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고용노동행정의 정책결정·집행과정의 부당 행위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미 정부의 노동개혁 관련 외압 실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근로감독의 적정성 등의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번에 주요 과제별 제도 개선방안 등을 조목조목 확정해 내놓은 것이다.

내·외부 인사 10명으로 구성된 개혁위는 고용노동행정 과정에서 나타난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살펴보고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었다.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용자에게 부당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5년전 대한보험인협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올해 보험설계사노조를 만들었다.
예컨대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불공정·부당행위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용자 횡포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3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편집배원의 경우는 장시간 중노동 속에서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당사자들은 노동착취라 호소하고 있다. 노동부는 우정사업본부의 노동착취 행태를 바로잡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주장이다.

개혁위원회가 수많은 적폐를 모두 청산하려 나서기는 힘들겠지만 활동과정에서 노동현장과 의 다양하고 깊은 소통을 통해 ‘노동존중 사회’를 건설하는 초석을 놓아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이런 과제들을 분석하며 활동에 나선 개혁위가 가장 열띤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산업안전보건 행정인프라 개선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산업안전보건 전문행정조직인 산업안전보건청의 설치를 검토하자는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을 포함해 산업안전보건행정조직을 전문화하는 방안이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있지만 소방청은 독립청이다. 해양청이나 식약처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동한다.

그런 맥락에서도 산업안전보건청의 검토는 늦은감이 없지 않다. 검토가 아니라 실행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청의 필요성은 개혁위의 이번 건의사항 대부분이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노동현장 일원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주를 제재하는 것만이 감독기관의 주된 역할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인가. 그렇게 하면 산업안전보건문제가 쉽게 해결되는가.

실제로는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대해 지방관서별·감독관별로 달리 해석·집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에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 본부 차원에서 법령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기준, 적용방침 등의 제정·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부서의 노동관계법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 부족으로 법 운용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의 지적사항이다.

산업안전보건행정 초기에는 전문성을 따지지 않았다. 성실성을 중시했다.

그러나 유해위험요인이 고도화하고 복잡하게 됨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성실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발시대의 아마추어 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산업안전보건 쪽이다. 이는 민간부문과의 비교를 통해 보면 격차가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민간부문의 안전보건조직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영역의 전문성·독립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직원의 채용, 경력관리 등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상대적으로 관의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은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손질과 개선이 부족했다. 규제행정의 비중이 큰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행정은 더욱 중요한데도 현행 조직체계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보건이라는 근로조건의 일부를 규율하는 법으로 이것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다른 개별적 노동관계법의 원리와 별개로 운영되거나 충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산업안전보건 전문행정조직인 산업안전보건청의 설치가 필요한 이유에 속한다. 인력도 그렇다.

이번 개혁위의 건의 중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다름 아닌 건설업 안전보건 외부인력의 적정 운영에 대한 지적이었다. 건설현장에는 안전을 위한 안전감시단이 파견돼 안전작업을 독려하는데 이것 또한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보인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전문성을 지닌 인력임에도 외부 인력업체에서 적당히 모집공고를 내 채용하는 실정이다. 자격요건으로 안전관련 자격증만 제출하면 된다. 다분히 허점이 보이는 인력운영이다.

그러고 보면 우선 단기적으로라도 산업안전보건 업무담당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인원의 선발, 교육 및 경력관리 등에 전문성이 부여되도록 하는 제도적 인력 양성기관도 신설해야 할 것이다. 전문인력이 양성돼야 하고 요처에서 활약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에서 전문인력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겠는가.

우리가 안전선진국으로 가는 길 중심에 산업안전보건청이 서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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