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먼저 자체 안전수칙 만들어”

코오롱인더스트리(주)는 1957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기업이다. 이 중 울산광역시 남구 사평로에 위치한 울산공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석유수지 제조 사업장이다. 울산공장은 2003년 KOSHA 18001 인증을 시작으로 ‘공장의 피해는 곧 지역의 피해’라는 안전의식을 확고히 해 화학공장 내 위험물 누출 및 화재·폭발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며 공정안전관리(PSM)의 초석을 다졌다. 그 결과 12년간 PSM시스템의 우수등급인 P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초 무재해 16배 달성 쾌거를 이뤘다.

안전 묘책 ‘Safety Golden Rules’

울산공장 직원들의 사원증 뒷면에는 ‘Safety Golden Rules’라 불리는 8개의 안전규칙이 숨어 있다.

겉보기에는 다른 사업장과 별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스토리가 존재한다. 지금부터 울산공장만의 안전묘책인 ‘Safety Golden Rules’에 대해 파헤쳐 보자.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이 그렇듯 울산공장에도 전직원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안전수칙이 존재한다. 놀라운 점은 이 규칙이 환경안전팀으로부터 내려온 지시사항이 아닌 직원들 스스로 만든 규칙이라는 점이다.

무재해 16배를 달성해 기념식이 한창이던 그때 직원들은 이러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발전된 자율안전보건 체제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이 시발점이 돼 전사원을 대상으로 8대 안전수칙 관련 설문이 실시됐고 그 결과 안전수칙을 노사합의로 선정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어 전직원이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위험사항 등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직원들의 강력한 안전보건 체제 확립 의지에 힘입어 규칙들은 더욱 구체화되고 정교해졌다. 보호구 착용과 관련해 이전 규칙이 ‘보호구를 잘 착용합시다’라고 규정돼 있었다면 직원들이 만든 새로운 규칙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 적합한 안전보호구를 착용합시다’라고 규정돼 있다.

또 ‘불안전한 행동을 자제한다’, ‘작업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작업한다’는 규칙은 각각 ‘공사업체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 발견시 누구라도 즉시 시정조치한다’, ‘가동 중 설비의 점검·보수시에는 작업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작업한다’는 내용으로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해졌다.

안전규칙을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의 규칙이 일방적인 지시사항이었다면 새로운 규칙은 스스로 만든 안전 다짐과도 같았다.

실제로 직원들은 규칙 제정 후 연명서명을 통해 책임감을 내비쳤으며 자율준수 선서를 실시해 의지를 다졌다. 공장 벽면에 붙어있던 안전규칙 포스터는 이제 전직원이 항상 소지하는 사원증 뒷면에도 자리해 경각심을 고취시킨다.

이렇듯 Safety Golden Rules는 안전은 누군가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지키고 이뤄 나가야 할 가치라는 것을 일깨워준 황금 보다 가치있는 울산공장만의 안전 묘책이다.

사업장 곳곳에 ‘안전문화’ 깃들어

울산공장은 화학공장이 밀집된 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적으로 화재·폭발·누출 등의 사고에 상시 노출돼 있는 만큼 공장 내 모든 직원들은 항상 조심 또 조심하자는 취지로 ‘Safety talk’을 생활화하고 있다. 두명 이상이 모여 하는 회의시 필수로 안전을 언급하며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울산공장은 매월 4일을 ‘Safety day’로 지정해 안전의식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출·퇴근시 안전캠페인을 통해 산업안전 관련 유인물을 배포하고 노사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해 공장 내 모든 위험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밖에 주요 안전 이슈를 홍보현수막으로 제작해 게시하고 정리정돈 및 청소활동을 독려하는 등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울산공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안전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미연에 발굴해 제거하는 위험예지훈련경진대회, 화재 진압능력 등 위기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실시하는 소방기술경진대회, 전직원의 환경안전지식 함양과 PSM 이행수준 향상을 위한 퀴즈대회 등 2000년부터 도입된 각종 대회들은 18년 동안 지속적으로 실시되며 단기성 행사가 아닌 울산공장만의 안전문화로 자리잡았다.

공생협력 상위 10%에 빛나는 A급 안전관리

울산공장은 협력업체 관리를 위해 접수·교육·회의·평가의 4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치고 있다.

매 공정시 협력업체에 유해성·위험성 정보 및 준수사항을 사전에 제공함으로써 작업 내 잠재된 위험에 대해 대책을 수립토록 한다. 또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작업자 개개인이 안전작업허가서의 내용을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관리하며 관련 안전교육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접수·교육의 단계를 거친 후에는 ‘업체별 식별이 가능한 안전조끼 및 안전화를 착용한다’, ‘작업 중 발생하는 폐기물의 분리를 철저히 한다’ 등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작업관련 유의사항을 확정짓는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철저한 환경안전보건 평가가 이뤄진다.

자체 환경안전보건 교육 실시 여부, 점검사항 이행 여부 등을 평가해 피드백함으로써 미흡한 점을 보완한다.

이와 함께 울산공장은 협력업체 사업장의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사고예방 대응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안전보건 이슈를 바탕으로 협력업체 사업장의 표준 매뉴얼을 강화하고 모든 작업에 대해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는 등 울산공장은 일찍이 원·하청의 경계를 허문 평등한 안전관리를 통해 전직원의 안전을 목표로 모든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산재예방 일등공신 ‘안전모·보안경’

울산공장은 공장 안의 모든 잠재위험요소를 찾아 제거하는 안전활동 뿐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산재예방을 위한 보호구 등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특히 화학사고의 경우 유해화학물질이 주로 입·호흡기·피부 등을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보호구 등 장비의 착용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울산공장은 전직원에게 보안경을 지급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으며 안경 착용으로 인해 보안경 착용에 불편을 겪는 직원들을 위해 도수가 있는 보안경을 맞춤 제작해 지급하고 있다. 울산공장 곳곳에는 눈에 띄는 노란색 안전모를 착용한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1년 미만 신입사원들로 이제 막 현장에 발을 내딛은 새내기들이다. 울산공장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 저지를 수 있는 기기 오작동 등 관련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란색 안전모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기존 직원들은 안전모를 쓴 신입사원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신입사원 스스로도 안전모를 착용하며 안전철칙 준수를 다짐하게 된다.

특별취재팀

 

인 터 뷰

 

이상근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 환경안전실장

“작업 전후 현장확인 습관화
 행동기반 안전문화 정착 최선”

 

▲업종 특성을 감안해 현장 안전관리를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코오롱인더스트리(주) 울산공장은 화학공장이 밀집하고 있는 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화재·폭발 등 사고 발생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고 인근 회사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에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공정안전관리제도(PSM)를 도입했습니다. 울산공장은 1997년 PSM 최초 도입 이후 2007년 P등급으로 상향조정됐으며 현재까지 3회 연속(약 12년) P등급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대내·외 안전진단을 통해 불안전한 요소들을 개선키 위해 특별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매년 안전진단을 통해 약 500~600건 정도의 위험요소와 불합리 사항을 발굴해 개선하고 있으며 공장 내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ESH 진단팀’을 구성해 자체적으로 안전진단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0명의 인원이 480시간 이상을 투자해 현장 구석구석을 점검합니다.

점검을 통해 발굴된 안전불안 요소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 즉시 개선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와 함께하는 안전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를 말씀해 주십시오.

―2014년부터 협력업체와의 공생협력을 목표로 원청인 울산공장이 지원하는 공생협력단을 구성해 운영 중입니다. 또 협력업체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기법에 대해 교육하고 원·하청 직원이 함께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지난해 33건의 불합리한 요소들을 개선했습니다.

최근에는 협력업체 사업장의 사고 근절을 목표로 사고예방대응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가능한 모든 작업에 대해 위험성평가(JSA)를 실시해 안전사고 예방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실장님께서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지금 우리가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보여지는 것이 그 회사의 안전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문화가 정착되는 단계를 살펴보면 형식적인 관심조차 없는 시기, 사고 후 수습에 중점을 두는 시기, 사고예방에 중점을 두는 시기, 자율안전이 정착된 시기 총 4단계로 구성됩니다.

저희 사업장에서는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안전수칙에 대해 지게차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게차 운전자는 안전벨트를 꼭 착용하셔야 합니다”라고 지도를 합니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어떻게 개선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운전이 되지 않도록 잠금을 설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게차를 운행할 때는 규정속도를 준수해야 합니다”라고 지도하지만 규정속도를 위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 규정속도 이상으로 속도가 올라갈 경우 시동이 꺼지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리감독자는 작업을 지시할 때 ‘안전하게 작업하세요’가 아닌 ‘이런 방법으로 작업하세요’라고 명확한 작업지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감독자가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지시하는 이유는 감독자 본인이 해당 작업에서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작업방법으로 인한 사고들을 막기 위해서는 ‘잘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라고’ 하는 등 관리자와 작업자간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향후 발전된 원하청 상생 안전관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밝혀 주십시오.

―울산공장의 모든 설비에 Foolproof가 반영돼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게차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다거나 위험설비 내 출입시 설비가 정지되도록 하는 등 기본적인 설비 방식에 Foolproof를 필수로 반영해야 합니다.

또 원·하청 직원의 구분없이 불안전한 행동을 지적할 수 있고 안전작업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행동기반 안전문화를 만들어 정착해 나갈 계획입니다.

▲끝으로 사업장 내에서 일하고 있는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중대사고사례를 살펴보면 사고발생시 인명피해는 협력업체에서 발생되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작업은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 80일간의 정기보수기간 동안 약 7000건의 특별작업허가서가 발행될 때에도 생산부서장, 안전관리자, 공사감독, 현장소장이 현장에서 확인 후 승인토록 하는 등 ‘현장확인 습관화’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작업전·후 현장확인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무재해 사업장은 곧 우리 모두의 행복과 직결됩니다. 나의 안전, 동료의 안전, 항구적 무재해 사업장을 위해 더욱 발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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