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주로 건설…노후화·과중한 교통량·허술한 관리가 문제

지난 14일(현지시간) 무너진 이탈리아 모란디 다리. / 연합뉴스.

4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교량 붕괴 사고를 계기로 다른 유럽 지역의 다리 안전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상당수 교량이 노후화와 과중한 교통량으로 안전에 문제가 생긴 가운데 그대로 놔두면 이탈리아 교량과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자 유럽 각국은 안전 점검 강화와 긴급 보수를 추진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 내놓은 전국 도로망 상태 감사 보고서에서 1만2천개 다리 가운데 3분의 1은 보수 공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특히 "7%는 손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붕괴 위험에 처해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긴급 보수를 포함한 도로망 안전에 10억 유로(1조2천812억 원)를 투입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교통부 장관 "프랑스 도로망이 위험한 상태에 있다"며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점검을 비롯해 대처 방안을 담은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본 장관은 "모든 다리를 매년 점검하고 3년마다 정밀 점검을 할 것"이라며 "다리 10개 중 거의 1개꼴로 상태가 나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랑스 교량의 안전 문제가 정부 설명보다 심각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프랑스 구조물 보수·보강업체들을 대변하는 단체 'Strres'의 크리스티안 트리돈 회장은 "정부 보고서는 우리가 알고 있고 정기적인 점검을 받는 다리들만을 다룬다"면서 "많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 1∼2개의 다리가 있는데 누구도 이들 다리를 살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모란디 다리가 14일(현지시간) 붕괴한 가운데 위기를 모면한 차량이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에 아슬아슬하게 멈춰 서 있다. / 연합뉴스.

독일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 연방고속도로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전국 다리의 12.4%를 나쁜 상태로 평가했다. 좋은 상태로 분류된 다리는 12.5%에 불과했다.

독일의 많은 다리는 1960∼1970년대 건설됐다. 문제는 오늘날과 같은 과중한 화물 교통량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 이후인 1990년대와 2000년대 동독 지역의 인프라는 대규모 보수 계획에 따라 대체로 개선됐지만, 서독 지역은 그렇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서독 지역의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레버쿠젠 다리를 포함한 많은 다리에서 대형 화물차량의 통행이 이미 금지된 상태다.

네덜란드에서는 중앙 정부가 관리하는 교량은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지방 정부가 유지 보수를 맡은 다리들에 대해서는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

네덜란드 서남부 노르트홀란트 주에서만 다리 14개가 붕괴 위험에 처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네덜란드 수송업계의 로비단체인 TNL은 유럽의 주요 터널과 다리, 도로는 1960∼1970년대 건설된 것으로, 수명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붕괴로 39명의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 모란디 교량은 1967년 건설됐다. 이탈리아의 도로망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프라는 1950∼1960년대 건설됐다. 많은 시설이 노후화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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