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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18.08.16 00:00 | 수정 2018.08.14 16:27
‘대한민국의 치부’ 이제는 그만

박완서 소설어사전은 ‘마각(馬脚)을 드러내다’에 대해 ‘숨기고 있던 일이나 정체를 드러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마각은 말의 다리다. 마각이란 단어는 독립적으로 쓰이기보다 ‘마각이 드러나다’라는 숙어로 자주 표현되는데 이는 그 어원이 마각노출(馬脚露出)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어원을 따지자면 가닥이 여러가지다. 국어사전에는 ‘숨기고 있던 일이나 본디 모습이 드러나다’로 설명돼 있고 ‘말의 다리로 분장한 사람의 정체가 드러난다는 뜻’이라고 토를 달았다.

그러니까 마각이 드러난다는 것은 연극 등에 등장한 말이 사람이 분장한 가짜 말로 결국은 그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를 뜻한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이 무대에 나오는 말이 중국의 전통극에서 나왔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말가죽 비슷한 것을 쓰고 그 안에 들어가서 말을 대신한다.

그때 연극에서 말 배역을 맡은 사람이 실수해 말다리가 사람다리임을 드러내 보였다는 것에서 ‘진상을 드러내다’ 또는 위장이 벗겨져서 ‘정체가 드러난다’란 뜻으로 쓰인다는 풀이다.

또 다른 어원 해석은 후한서(後漢書) 반초전(班超傳)에 나오는 ‘마각노출’이 원전이란 것이다.

여기서의 마각노출은 말의 다리와 말굽 사이의 긴털이 말굽을 숨기고 있다가 부지 중에 말굽이 드러나 그것이 말다리로 밝혀진다는 풀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누가 사슴을 잡아서 싣고 가는데 우연히 그 다리의 말발굽이 드러나서 그것이 결국 사슴이 아닌 말이란 게 들통이 났다는 그런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그 어원이야 어떻든 지금 우리 주변에선 잇따른 마각노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마각이 드러난다 함은 굳이 찾아내려 애쓰지 않아도 숨겼던 것이 탄로나는 것이니 이런 경우가 바로 사필귀정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에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한 대사건들이 하나 둘씩 진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주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 말 중에 ‘대한민국의 치부’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얘기하면서 그간 국민의 안전에 역대 정부가 얼마나 둔감했고 관련 기업들이 얼마나 철면피였던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한민국의 치부라고 한 것이다.

이 총리의 말에 따르면 2006년부터 원인 미상의 폐 손상 환자가 발생했는데 기업과 정부에서 이를 외면했고 2011년에야 정부가 조사를 시작했지만 대처가 늦어 총 6000명 이상 피해를 봤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만도 1300여명이 된다고 했다. 듣고 보니 소름이 끼칠 만치 엄청난 사건이다.

만시지탄이나마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했고 피해자 인정도 280명에서 607명으로 늘었다. 관련 천식 등의 지원범위도 확대된 것은 다행이다.

국민 일반도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한 사건이다.

하긴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어디 대한민국의 치부가 이뿐이겠는가. 많아도 너무 많아 우리가 안전선진국에 들지 못하고 있다.

요즘 폭염은 살인적이다. 폭염으로 인해 찬 음료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식중독 사고도 문제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이스 음료’를 조리·판매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전국 일제 위생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이들 음료 조리·판매업체에서 사용하는 식용얼음을 수거해 오염여부도 검사한다.

식중독 사고는 1980년대까지 완만한 증감을 지속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양상으로 다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식중독 발생원인도 다양화·대형화하고 있는데 이는 집단급식화, 학교급식, 탈계절화, 그리고 특정 원인균 등에 따른 것이라 하겠다.

식중독 사고 다발의 원인이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린다는 얘기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다 보니 외식 수요가 늘고 학교급식으로 집단급식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집단급식 또한 위탁급식화하는 탓에 사고유발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증가 일로의 위탁화는 전문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위험이 크게 도사리고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안전사각지대는 없는가. 우리는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

세상을 사는 일이란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아서 준비가 없으면 안전하게 살 수가 없다. 그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인데도 이를 무시했다가 큰일을 내고 만다. 안전불감증이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안전에 무지한 상태로 보인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강조돼야 할 것이 안전의식의 고취라 할 것이다.

작은 깃털 하나도 큰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 안전을 놓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 일은 없어야겠다.

대형사고를 치고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을 했던 것일까. 이것이 안전불감증이라면 그야말로 핵보다 더 무섭다. 더 드러날 마각이 있을까. 기다리기 전에 철저히 캐낼 일이다.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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