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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18.07.26 00:00 | 수정 2018.07.25 10:36
호랑이 등을 타고 생각하는 안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언은 아주 평범한 것으로 들리지만 이 속담에 담겨 있는 교훈의 농도는 아주 진하다.

소먹이는 사람들은 늘 내 소가 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안심한다. 여기서 묘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사람들이 소를 확인하는데는 열심이지만 외양간을 돌보는데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소를 잃고 나면 그때야 외양간을 돌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때는 늦었다.

그러고 보면 이 속담에는 강렬한 경고와 예방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것도 안전에 대한 각성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평소엔 건성 들어 넘기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호랑이에 물려갈 일도 없을뿐더러 그것이 다른 재난을 의미한다 해도 우리들의 속성은 예방을 늘 뒤로 미루곤 하기 때문이다.

귀하건 천하건, 잘살건 못살건,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이다. 그리고 이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그런데 이 안전이 요즘 우리들 밖으로 나가 버린 듯하다.

요즘 안전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연일 폭력·살인 등 강력사고들이 판을 친다.
이래서야 어디 불안해서 살겠는가.

이제 이 나라도 안전선진국에 들어서는 그 입구 부근까지 와 있다는데도 실제 상황은 영 엉망이다.

행정안전부가 그래도 열심히 안전을 외치고는 있지만 국민들을 위한 안전울타리를 치는데는 별 수단이 없는 듯하다.

사실 일반 국민들이 안전에 소홀한 것은 나라에서 국민을 잘 지켜 주리라는 신뢰감으로 한시름 놓고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국과 관련없이 국민안전을 챙기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이번 월드컵대회에서도 확인했듯이 축구에서 가장 초보적인 전술은 공을 쫓지 않고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공만 보고 쫓아 다니 다간 백전백패하고 만다.

재난도 재난만 바라봐선 재난을 줄이지 못한다. 재난을 막는 근본적이며 확률 높은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안전홍보와 예방은 말이야 쉽지 실행은 여간 어렵지 않다.

국민들이 지진에 불안해 하더니 벌써 잊어 버렸다. 안전얘기도 쑥 들어가 버렸다.

재난과 사고는 예고없이 찾아든다. 지금처럼 멍하고 있는 사이 대재난이 덮치면 이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안그래도 요즘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토록 불안하고 불편한 시점이지만 언론도, 정부도 안전엔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것인지, 관심이 없는지 안전은 나몰라라 하는 식이다.

지금 우리는 태평성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말 중에 ‘촉법소년’이란 것이 있다.

현행 소년법에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나이는 만 14세부터다.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되고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촉법소년’, 즉 형사미성년자로 본다. 촉법소년은 입건되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는 훈방조치를 하는데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만 관할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한다. 소년법원에서는 본인과 보호자를 소환해 심리하는데 심리 결과에 따라 보호처분의 수준을 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 촉법소년의 범죄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범행이 오히려 잔혹하고 무모하다는데 우리의 불안이 더 증폭되고 있다.

촉법소년에게 내린 보호처분 중 절반 정도는 보호자의 보호 아래 집에 있으라는 1호 처분이다. 소년원에 송치되는 처분은 1%도 안된다.

촉법소년들의 범행이 잦아지는 것은 이들이 이러한 탈출구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학교 1~2학년 남학생 6명이 같은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집단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사건도 있었다.

가해자 중 한명은 특수절도 등으로 여러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13세 소년이었다. 집단성폭행을 저지른 후에도 법원 소년부에 송치됐을 뿐 다른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이들 촉법소년이 ‘범죄소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촉법소년의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사건의 질이 흉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촉법소년 기준연령, 즉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범죄건 사고건 재난이건 큰일은 대개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을 때 불쑥 터진다.

일본의 원전사고도 그렇고 세월호 참사도 그랬다. 누가 성수대교가 무너질 줄 알았으며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리라 상상이나 했는가. 그런데 결과는 순간적이고 참혹했다.

안전한 사회야말로 나라와 국민이 함께 추구해야 할 최우선 가치다.

지금이야 말로 국가는 안전에 집중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라는 말은 안전을 두고 이르는 간절한 당부가 아니겠는가.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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