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허풍 떠는 어른들의 모습 보여선 안돼... 공감하는 공든탑 쌓아야

이런 식으로 어린이들을 보호해서는 안된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달궈진 차 안에 어린이를 방치해 안타깝게 숨지게 한 사고가 이번에만 벌써 두건이다. 이런 실수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어이없다고 하는 표현으로도 상황을 설명하는데 부족하다.

“다된 밥에 재 뿌린다”는 말은 공들인 일이 성사 직전에 무산되는 것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요즘 같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환경에선 밥 한그릇이 무슨 대수냐 하겠지만 예전엔 쌀 한톨도 지극히 아쉬운 시절이 있었다. 지난 일제강점기에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8·15광복 후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례행사처럼 찾아들던 ‘보릿고개’란 위기가 있었다. 지난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 농가마다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워 넘기 힘든 고비를 맞는다는 것으로 그야말로 삶의 위기라고 할 시점을 가리킨다. 따라서 그토록 궁핍하던 시절의 ‘다된 밥’이야말로 정말 값지고 소중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처럼 다된 밥에 재를 뿌린다면 그 얼마나 속상할 것인가.

안전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경우에 비견되기도 한다. 안심하고 있다가 뜻밖의 사고로 상심하는 일이 잦은 게 우리들 일상이다. 더욱이 돈과 정성을 있는대로 쏟아 부은 소중한 일에 예기치 않았던 사고가 덮쳐 부푼 꿈이 일순에 물거품이 될 경우의 좌절감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소중한 어린이의 생명을 이런 하찮은 실수로 잃어버리다니 너무 허망하고 가슴 아프다.

어린이에의 위험요인은 가정을 떠난 등하굣길에 집중돼 있다. 그 중에서도 교통사고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줄이려면 줄일 수도 있는 교통사고인데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어린이 사고는 이해불가한 유치원 통학차량의 안전 무시였다. 아무리 안전불감증이라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안그래도 우리 어린이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불안하다는 것은 바로 안전하지 못한 조건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는 일단 외형상으로는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이들은 그들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쯤 되면 지금 우리가 안전을 위해 무엇을 1순위로 삼아야 할지 망설일 필요가 없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숙고해야 하며 현재 진행 중인 정책과 사업도 그 속도를 높여야 한다. 어린이들에겐 어른들이 말로만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허풍을 떠는 모습만 보일지 모른다.

어린이안전에는 너와 나가 없다. 어린이안전은 공든 탑이어야 한다. 어찌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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