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성과 위주 조급히 접근해서는 안돼···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적 교육·홍보 펼쳐야”

자살은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 적극적 예방활동 펼쳐야
교통사고 줄이려면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보행자 우선시하는 운전자 안전의식 필수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안전사고 감소를 위해 설립돼 창립 22주년을 맞은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신문은 생명존중문화 확산 및 어린이안전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인 이채필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만나 안실련이 올해 역점 추진 중인 자살예방사업과 함께 산재예방을 위한 노사 협력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창립 22년을 축하드리며 안실련이 그동안 중점적으로 진행해 온 일들과 소감에 대해 밝혀 주십시오.

―우리 사회에 안전의 가치를 중시하고 안전생활 실천을 기치로 내걸고 활동한 22년의 역사를 지닌 전국적인 시민단체에서 봉사하게 돼 자부심을 느낍니다.

안실련은 우리나라 안전문화운동의 태동부터 함께 해왔습니다. 초기에는 정부 주도로 안전문화운동이 시작됐고 제가 양산에서 지방노동관서장을 하는 동안 관내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중독 피해사례가 있었고 다양한 원인 규명과 역학조사를 거쳐 2-브로모프로페인 물질의 세계 최초 인체 유해성 확인을 했으며 산업보건과장, 산업안전국장 시절 굵직한 안전보건 이슈를 최선을 다해 처리한 경험이 인연이 돼 지금 안전문화운동추진 중앙협의회 민간위원장 역할도 맡게 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안실련의 설립 목적은 안전을 생활화해 생명존중의 가치를 높이는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안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에 많은 역점을 둬왔습니다. 매년 80여만명 넘는 사람들이 안실련을 통해 교통안전, 생활안전, 승강기안전 등 안전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도 지자체장 후보를 공천한 각 정당의 정책 관계자와 함께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공약화사업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올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해부터 생명존중을 모토로 업계, 언론, NGO와 함께 자살예방을 위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흔히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종교단체 및 언론, 각 단체들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자살예방 아이디어 공모 및 칼럼 게재 등 적극적인 자살예방활동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산업재해, 교통사고, 재난 등 여러 안전분야에서 시민 의식개선을 위한 운동과 함께 법·제도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실련은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시민들의 뜻을 대변해 정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시민과 더욱 소통하며 함께 의제를 발굴하고 주요 이슈를 공론화해 안전문화를 널리 확산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안전플랫폼이 되고자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 중이며 조직역량 강화를 위해 강사들을 대상으로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격제도도 운영 중입니다.

이채필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오른쪽)가 김진영 본지 발행인을 만나 올 하반기 역점 추진 사업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살이나 교통사고, 산업재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안전사고입니다. 하루에 자살로 37명, 교통사고로 11.8명, 산재사고로 4.8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OECD 37개국 중에서 최하위권입니다. 특히 자살은 15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1위가 아니고 전 세계 1위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급속한 압축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로 연결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생깁니다.

그렇기에 정부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망자 반으로 줄이기 목표를 세우고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정부의 문제 인식이나 대책이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안전문제는 성과 위주로 조급하게 접근하지 말고 인식이나 태도 개선을 위해 정말 교육과 홍보가 지칠 줄 모르게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실련도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족집게 법·제도 개선방안을 건의하고 어린이와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과 캠페인 진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실련에서 새 정부 출범 1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진행한 국민 대상 설문조사 후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설문조사와 결과에 대해 설명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새 정부의 안전분야 성과에 대해 27%는 긍정의 반응을 보였지만 또한 안전사고에 대해 77%가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등 여전히 많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문화 수준의 향상 정도에 대해 78%가 부정적 인식을 보였습니다. 이는 정부가 여러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나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안전에 대한 체감도는 세월호 이후에도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민이 참여해서 시민 눈높이에 맞는 안전정책이 마련돼야 비로소 시민들의 만족감이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안실련은 안전교육, 행사 등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린이 안전 확보의 중요성과 사고실태 및 예방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어린이는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도 부족한 나이이지요. 이런 특성으로 인해 안타까운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인성이 형성되는 단계를 보내는 가정과 학교에서 안전의식을 갖추고 안전에 관한 지식을 체득할 기회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라 가정과 학교에서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고 안전하게 생활하는 것이 몸에 배도록 하는 성장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지 않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발표를 보면 3년간 600여명의 어린이가 안전사고로 숨졌습니다. 교통사고가 43%로 가장 많았고 그 중에서도 보행 중 사고가 44%를 차지했습니다. 운전자 부주의로 길을 걷던 어린 생명들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었지요. 그렇다고 어린이를 탓할 수 있습니까? 운전자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이나 어린이통학버스 승하차시 정차의무를 지키는 운전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국토부에서 도심 내 50km, 이면도로 30km로 차량의 속도 제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전 확보를 위해 반가운 소식입니다. 제도 개선도 좋지만 무엇보다 운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차량보다 보행자를 우선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안전당국과 안전관계자 및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유해·위험작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의 안전조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보험료 징수법에서 산재보험 하수급인 인정승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험사회의 진행속도가 가팔라질수록 원청 사업주가 가진 무소불위의 권한에 상응하게 안전관리 책임도 온전히 지게 하려면 하수급인 보험가입자 인정신청 승인제도부터 당장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사실 도급사업으로 유해·위험작업을 금지하는 산안법 개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건설업이나 조선업부터 징수법 시행령 개정과 근로복지공단의 방침 변경만으로도 바로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시행할 수 있습니다. 법을 개정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위반시 벌칙이나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죠.

이제는 안전 고려 대상을 근로자로 한정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용종속관계를 맺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일정한 작업장소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으로 폭넓게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사고는 예방이 우선이지만 이미 발생한 사고는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아 개선하지 않고 작업을 재개한 탓입니다. 정부나 공단 관계자들은 서로 유기체로서 협의하고 각자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은 법령과 정책방향 제시를 통해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대신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과 에너지를 산업재해가 많은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업종과 지역 특성에 맞게 맞춤형 기술·재정적 서비스에 유념할 때 그 존재이유가 발휘될 것으로 봅니다.

또 깨어있는 시민이 돼야 합니다. 수십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고도 자세히 살펴보면 사소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사고는 늘 기본이 무시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좀 불편해도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보장협회(ISSA)의 분석에 의하면 안전투자 대비 편익의 비율이 1:2.2로 나타났는데 안전에 1을 투자하면 2.2배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로 안전이 우선순위의 차원을 넘어 일상의 중요한 가치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듯, 안전사고는 우리 생활 현장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어 사고를 줄이고 막는 것은 정부나 안전공공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예방하더라도 시민들이 적극 나설 때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생활 주변의 작지만 확실한 안전을 지키는 안전파수꾼이 돼 안전공동체를 만드는데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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