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라면 건물이 그 주역이겠지만 구조상 원인을 갖고 있는 교량 역시 사고가 잦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교량사고가 성수대교 붕괴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성수대교의 상부 트러스 48m가 무너져 내린 사건을 말한다. 다리 한토막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통과하던 차량들이 함께 강으로 쏟아졌다. 이 사고로 출근하거나 등교하고 있던 시민 49명이 한강으로 추락, 그 가운데 32명이 사망했다.

성수대교는 1977년 4월에 착공해 1979년 10월에 준공됐는데 그로부터 15년 뒤 어이없는 붕괴사고를 불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건설분야에 만연돼 있던 부실공사와 부실감리, 안전검사 미흡이 집중적으로 폭로됐다. 사고 책임을 지고 이원종 당시 서울 시장이 사임했다. 성수대교는 사고 3년만인 1997년 7월에 새로운 다리로 보강 완공됐다.

이보다 앞서 1992년 7월 31일 서울 강서구 개화동과 경기도 고양시 행주외동을 잇는 신행주대교 공사장에서 2개의 주탑 중 하나가 부러지고 교각과 상판 800여m가 내려앉았다. 마침 작업이 끝난 시간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다리는 기존 행주대교의 교통 체증을 덜기 위해 1987년부터 정부가 170억원을 들여 건설하던 중이었다. 길이 1460m, 폭 14.5m 왕복 4차로로 건설 중이던 2개의 Y자형 주탑을 가진 사장교(斜張橋)다. 상판 작업 60∼70m 간격을 남겨 마지막 연결공사를 하던 중에 사고가 났다.
사고의 직접 원인은 주탑과 상판 사이의 인장작업 전 임시로 설치한 가교각 2개가 상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일어났다.

강북쪽을 향해 10개의 교각이 차례로 무너지고 강선으로 연결된 상판 41개가 차례로 강물로 끌려 들어갔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다 해도 수십억원의 자재, 장비가 수장되고 재건설에 4년여의 기간이 걸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일산, 중동 등 신도시 건설에 맞춘 수도권 교통망 확충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이런 사고들은 이번 용산 상가건물 붕괴와 함께 원천적으로 사람의 잘못에서 비롯3된 재앙으로 구분된다. 안전불감증의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한강다리는 안전한지 모르겠다.

한강다리는 1900년에 준공된 한강철교를 비롯해 모두 31개다. 대교 27개에 철교가 4개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믿고 있지만 관리와 점검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1993년 한 보도매체가 한강다리들은 과연 안전한지 알아보겠다며 교통량이 많은 한남대교 밑을 들어가 살핀 적이 있었다.

그 뒤 1년 후 1994년 10월 21일 새벽 성수대교를 통과하던 차량들이 다리의 이상을 신고하기 시작했다. 차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상판 이음새가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징조였다.

여러차례 신고가 무시되고 몇시간 뒤 성수대교는 붕괴됐다. 시내버스 1대를 비롯 차량 6대가 끊어진 다리에서 강으로 쏟아졌다. 이듬해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뒤따라 붕괴됐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묘해서 한사람의 안전불감증이 다른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한다. 사고의 원인은 도처에 깔려 있다. 미스테리하고 불가사의한 것들이 허다하니 현실적으로 원인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욱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안전점검이 생활화돼야 하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속한다. 모든 동물에 부여된 첫번째 본능은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또 안전에 무심한 일면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사고 발생 후 약간의 여유 시간을 골든타임이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용어로 각인돼 있다.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지칭한다.

응급처치에서 심폐소생술(CPR)은 상황 발생 후 최소 5분에서 최대 10분 내에 시행돼야 한다. 항공사의 경우는 운명의 90초 룰이란 것이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90초 내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놓치고 있다. 그 놓친 시간이 우리 생명을 앗아간다.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늘 안전불감증에 당하고 사후약방문을 내기 일쑤 아닌가. 언제나 사후대책보다 예방이 먼저다. 징조를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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