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경실련 국책감시단 시민안전감시위원회 위원장

지난 2015년 9월 부평역 인근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철길로 전도돼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어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에는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작업 중 대형 크레인끼리 충돌로 무려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의정부, 남양주, 용인, 평택 등 타워크레인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더니 같은해 12월 29일 공사장 이동식크레인이 시내버스 지붕을 덮쳐 죄없는 시민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크레인 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말 타워크레인 재해예방대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각종 안전사고들이 발생할 경우 “많이 다쳤어?”라고 질문을 한다. 하지만 유독 타워크레인 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이구동성으로 “죽었냐? 살았냐?”만 묻는다. 이처럼 대형 크레인사고는 현장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시민들도 불안에 떨게 하는 초미의 관심사다.

고층건물이 많이 지어지면서 수백사람의 몫을 담당하는 크레인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그러나 이 중요한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업종의 환경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일 16일 ‘타워크레인 중재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송옥주·정동영 의원이 ‘전문신호수제도’ 도입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에 고용부에서 발표한 타워크레인의 산업재해 예방대책의 의지는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건설현장의 풍선효과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용부에서 그 후속조치로 내놓은 타워크레인 대책(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을 살펴보면 타워크레인 설치·상승·해체작업 전반을 영상으로 기록, 장비나 인접구조물 등과 충돌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충돌방지조치’를 해야 한다.

또 특별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한 사람으로 하여금 신호를 전담하는 신호수를 배치해야 하고 타워크레인의 위험요인 및 안전작업절차 등이 포함된 안전정보를 서면으로 발급하며 설치·해체작업자 자격 유무 확인 등 사전에 작업위험정보와 안전작업절차를 주지시켜야 한다.

이외에도 이들의 자격이수 교육도 현재의 36시간에서 실습교육 위주로 144시간까지 이수토록 확대하는 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고용부 발표를 두고 현장에서는 교육이수자 교육비 및 생활임금 보존 문제, 영상장치 설치 인권문제, 서류작업 폭증 등 세부안이 없어 불평불만 소리가 많다.

특히 타워크레인 ‘전담신호수’ 배치 문제는 벌써부터 편법들이 나오고 있다. 가령 지금의 정기안전교육처럼 서명지에 교육이수 사인만 하면 된다. 설령 신호수 특별안전교육을 하더라도 사무직 안전관리자들의 전문성이 없어 교육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가하면 기존 무전기를 들고 신호작업을 하는 팀·반장들을 대상으로 신호수 업무를 겸직토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노리는 일자리 창출과 산업재해 예방의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지난 2009년부터 건설현장 ‘전문신호수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건설현장의 넘쳐나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의사소통 문제, 표준화작업이 많아지면서 장비의존도 심화, 건설업 공종 중 두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중대재해가 바로 건설기계 사고다.

필자는 지금도 매년 70여차례 이상 신호수 안전교육을 해오고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전문성 있는 전담 신호수 양성 및 매년 보수교육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국가자격증화로 특화시켜 자긍심을 심어주도록 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줄걸이신호자는 6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치도록 전문성을 부여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전문성들은 둘째 치고 벌써부터 편법들만 난무하고 있다. 우선 장비의 원리를 잘 알고 있고 현장 경험이 있는 크레인 조종면허가 있는 실업자들에게 전담 신호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타워크레인 1대당 2인1조식으로 최소 4명의 전담신호수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는 2017년 12월 기준 총 6162여대의 타워크레인(유·무인 포함)이 등록돼 있다. 그 중 4500대 정도가 가동 중이다. 이는 1만8000명의 전담 신호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호수 교육 때 영상기록을 남기도록 해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현장 자체 교육보다는 정부기관 및 이미 실시해 오고 있는 전문성 있는 민간단체들의 위탁교육도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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