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려 해도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 산업재해라는데 이의를 달 명분은 없다.

그런데 요즘 엎친데 겹친격으로 각종 안전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해 이래저래 ‘한국은 안전후진국’이란 달갑잖은 타이틀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다 잘나가는데 어찌해서 산업재해율만은 줄기는 커녕 갈수록 늘어만 가는 것일까.

참으로 안타깝다. 산재를 줄이지 못하는데는 ‘위험의 외주화’가 고질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하청기업의 경우는 산재에 노출될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동자 1만명당 산재로 숨진 노동자 숫자는 사내하청이 0.39명인 데 반해 원청은 0.05명으로 사내하청이 8배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도 전체 재해율은 노동자 100명당 원청이 0.79명인데 반해 하청은 0.20명으로 오히려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런 엉뚱한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청기업들이 산재신고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중소 공사업체들이 공공기관이나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지만 하청기업들은 원청업체·발주기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산재를 신청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가 나도 쉬쉬하면서 회사가 치료비를 감당하는 것이 일반적 현실이었다.

대기업은 하청기업이 산재신고를 많이 하면 입찰점수가 감점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산재신고를 억제하고 있고 공공기관 역시 감독자 연대책임 때문에 산재신고에 미온적이었다.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것이다. 산재를 은폐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가 산재신고를 강화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서도 정부의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할 수 있게 처벌 중심에서 사고예방 중심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산재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에 현실이 왜곡돼선 안되는 것이다. 노동부는 올해 재해율을 크게 낮추겠다고 하지만 지금의 추세로 보면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지자체들은 관내 안전보건기관·지자체·직능단체 등과 연계해 재해예방활동을 다각화하고 지방관서장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재해예방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안전은 우리 모두의 공동의무란 안전의식을 우리 몸에 심는 것이 급선무다.

산업재해의 책임이 사업장과 근로자에 있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근로자는 단지 일하는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안전을 챙길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의식으로 안전을 추구해야 우리들은 비로소 안전후진국에서 벗어나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우리는 지속적인 범국민적 안전의식 심기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안전문화가 정착되면 산재는 자연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