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얼마전 너무 아찔한 상황을 목격했다.

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1학년쯤 돼 보이는 아들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 왼쪽에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 아들이 녹색 신호등이 들어오자 마자 엄마 손을 뿌리치고 급하게 차도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때 보행자 녹색불에 걸리지 않기 위해 보다 속력을 내고 있던 버스가 어린이를 보고 ‘끼익’ 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불과 몇센티 차이로 어린이 앞에 커다란 버스가 딱 멈췄다.

이런 사고가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 사고의 전형적인 빈발사례임을 알고 있는 필자는 순간적으로 “아! 저 어린이, 죽는구나!”라며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런데 정작 아들의 어머니는 너무나 태연하게 “너 괜찮아?”, “뛰면 어떡하니?” 하며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보면 아무런 일은 없었다.

그러나 운전자가 조금만 더 속력을 냈다면, 운전자가 1초만 어린이를 늦게 발견했더라면 이 어린이는 목숨을 잃었다.

이런 어머니의 대담함, 아니 무지함 때문에 많은 어린이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있다.

실제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자녀에게 ‘오는 차와 안전거리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횡단보도는 우측통행이 안전함을 알려주고 녹색불이 들어와도 손을 들어도 그냥 지나치는 차가 있으므로 반드시 ‘차량 멈춤’을 꼭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 줘야 한다.

아울러 자녀를 데리고 다닐 때 반드시 손이 아닌 손목을 붙잡고 다녀야 한다.

이는 지금의 위험한 상황처럼 어린이는 언제 어디서든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일본에선 ‘아차사고’라고 부르며 이를 적극 관리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한다.

이는 5만건의 안전사고를 정밀 분석한 세계적 안전전문가 하인리히의 1:29:300 원리에 기초한다.

즉 사고날 뻔한 상황이 300번이면 29번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중 1건은 사망 또는 치명적 중상을 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가 공모한 ‘시민참여형 교통사고 반감프로젝트’에서 1위를 차지한 아차사고를 적극 관리해 교통사고를 86%나 감소시킨 모범사례가 일본 교통학계에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 대학의 타카다 교수가 카마가야시의 교통사고 다발지점을 선정, 아차사고를 관리해 매년 평균 22건씩 발생하던 교통사고를 3건으로 감소시킨 모범사례다.

이는 그 지역의 운전자·보행자를 대상으로 평상시 사고날 뻔했던 위험사례들을 모두 제보받아 왜 사고날 뻔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이러한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며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사고날 뻔한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도록 해 사고를 크게 줄인 것이다.

이 사업의 책임자인 타카다 교수는 “이렇게 사고를 큰폭으로 줄인 가장 큰 원인은 아차사고를 많이 제보해 주고 아차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 준 시민들의 안전의식 덕분”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살면서 깜짝 놀랄만한, 사고가 날뻔한 그런 위험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만일 재수가 없다면 한번의 날 뻔한 상황이 공교롭게도 29건의 경미한 사고에 들어갈 수 있고 이 또한 1건의 사망사고에 들어갈 수 있어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일을 주변에서 종종 목격한다.

이제부터라도 큰일날 뻔한 상황이 생기면 ‘큰일났다’고 생각하고 두번 다시 큰일날 뻔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각종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아차사고가 주는 준엄한 경고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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