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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18.02.28 16:19 | 수정 2018.02.28 16:19
학교는 지금 석면 공포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란 속담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서 좋으나 무엇이나 좀 알고 있으면 걱정거리가 많아 도리어 해롭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전에 있어서는 어림없는 말이다.

안전은 모르면 큰일나게 돼 있다. 석면도 그 중 하나다. 석면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모르는 게 약이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석면은 규산염 광물의 일종이다. 돌솜, 돌면, 돌섬유, 석융이라고도 한다. 한자 원명을 보아도 석면의 본질은 ‘섬유’에 가깝다.

그래서 비산석면의 경우 농도를 fiber(개)/cc라고 표기한다. 이 석면이 석면슬레이트의 원료로 쓰이게 됐다.

슬레이트는 건축물 지붕 등에 쓰이는 주요 자재다. 포틀랜드 시멘트와 석면을 86:14의 중량비로 해 시멘트에 적당량의 돌가루·안료(顔料) 기타를 혼입해서 압착성형(壓搾成形)한 얇은 판이다.

국내에서는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제천, 홍성, 보령(광천), 대전, 옥천 등지에서 백석면광산이 운영됐었다. 석면 함유제품이나 원료의 수입도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었다.

백석면은 결정형이 실처럼 길쭉하며 마그네슘을 많이 함유한다. 덕분에 분명 광물인데도 천모양(석면포)으로 짤 수 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실험실의 방염장갑도 백석면으로 제작된 것으로 실험실 관리가 잘 안되고 소모품 교체주기가 긴 지방, 중소도시의 학교나 대학교 연구실에서는 현재도 백석면 장갑이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을지 모른다.

백석면의 경우 정방-방직공정을 통해 면처럼 만든 다음 방화복, 방화단열재로 사용하거나 시멘트에 섞어서 건축자재로 사용해 왔다.

슬레이트 외에도 시멘트에 섞어 압출성형시킨 밤라이트판넬이 있고 실내 내장재로 텍스타일도 존재한다. 백석면을 섞은 시멘트로 골조를 올린 아파트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웬 청천벽력인가. 이 석면이 침묵의 살인자였다. WHO 산하 국제 암연구기관(IARC)에서 이를 ‘그룹 1등급(발암성 확실)’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석면은 미세한 섬유입자로 부서지면 공기 중에 섬유상태로  떠다닌다. 이것이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면 폐에 박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피종 등의 악성 종양을 만든다.

다시 말해 암을 일으키는 것이다.

석면은 일찍이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채집·가공해 활용했었다. 그 당시에도 석면 노출 작업자는 조기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왔다.

근대에 이르러 1924년 영국 석면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여직공이 3년만에 폐질환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최초로 석면의 위해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일본에서도 석면 관련 종사자들에 치료 불가능한 폐질환이 발생,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종사자의 가족들까지 불명의 악성 폐질환으로 목숨을 잃게 되자 석면 사용 금지법을 시행하는 한편 환경성 석면 노출자들에 대한 역학적 추적에 나섰다.

이런 과정 등을 통해 석면은 지금 널리 알려진 것처럼 ‘접촉하면 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밝혀지게 됐다.

석면 관련 질환의 잠복기는 약 10~30년이다.

석면으로 인한 질병 발현은 폭로시기, 폭로량, 그리고 개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번 폭로만으로도 근시일내에 폐질환이 발생해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동일 조건에서도 30년이 지난 이후에야 발병하는 경우가 있거나 아예 발병하지 않는 특이케이스도 존재한다.

이같은 석면 관련 질환의 잠복기를 고려해 석면 해체업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은 법적으로 30년 이상 보존해야 한다.

30년이 지나서도 사업주는 어떻게 해서든 보호구 지급에 대한 문서, 특수건강검진 관련 문서, 공기질 측정 관련 문서들을 거의 영구보존해야 한다.

만일 현재의 석면해체업 종사자가 30년 이후에 석면 관련질환이 발생한다면 보존 서류로 회사의 면책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석면피해구제법의 배상책임이 사업주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석면에 폭로된다고 해서 당장은 문제가 없다고 해도 나이가 들어 발병할 가능성이 있기에 요즘같이 학교 석면이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석면에 가장 민감한 미성년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학교 건물에 석면 함유 텍스타일이 대량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겨울방학 때 석면 해체공사를 진행한 학교들 여러 곳에서 석면 잔재물이 검출돼 다시 한번 공포의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석면 잔재물이란 석면 해체·제거 작업 후 발견되는 석면 부스러기다.

개학을 앞두고 석면 공포가 번지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를 불식시키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환경부, 고용노동부는 지난 겨울방학기간 석면 해체공사를 한 1227개 학교 점검 결과를 지난달 25일 공개했다.

지적사항은 81건이었고 석면 해체작업 기준 미준수는 69건으로 대다수였다. 석면 잔재물 청소 미흡은 8건에 불과했으나 이의 파장이 의외로 컸다.

이후 민·관 합동으로 1227개 학교 가운데 201곳을 선정해 다시 조사해 보니 훨씬 많은 43곳에서 석면 잔재물이 검출된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별도로 조사한 학교 10곳에서도 석면 잔재물이 검출됐다.

최초 1227개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가 ‘날림’이었다는 의미다.

정부는 “석면 잔재물이 나온 53개 학교 중 40곳은 정밀청소 및 공기 측정이 완료됐고 13곳은 개학 전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다.

석면 공포를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석면 안전불감증은 용서받기 힘들지 않겠는가.

최명우 주필  myungw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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