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초 대전 유성구 KAIST 본원 자연과학동 3층의 화학과 실험실에서 폭발로 대학원생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험 도중 플라스크 속 유기화합물이 폭발하면서 깨진 유리 파편이 손과 팔, 얼굴, 가슴 등에 박혔다. 폭발이 가벼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험실 사고는 ‘병가의 상사’라 할만큼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실험용 후드의 가림막도 충분히 전개돼 있지 않았고 부상자 또한 실험복과 장갑은 물론이고 보안경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는 안전불감증이다.

자칫하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대학은 연구기관이나 기업 연구소에 비해 숙련되지 않은 연구자들이 많다. 이들은 아직 학생이 아닌가. 그럼에도 대학은 안전관리인력은 물론 예산, 장비 등도 부족해 실험실 사고에 더 취약하다.

지난해 보고된 실험실 사고 234건 중 206건 88%가 대학에서 발생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2012년부터 최근 6년간 발생한 사고 중 신체 부위 절단, 안구 손상, 중화상 등 중대사고 5건도 모두 대학에서였다.

현행법상 실험실 안전은 기관과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토록 돼 있다. 여기에도 구멍이 있는 것이다. 안전의식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위험이 크다.

실험실 안전관리 소홀 등 위반 사실이 적발돼도 과태료가 미미해 경고효과를 얻기 어렵다.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연구실 안전관리 현장검사를 실시했더니 실험실 점검·진단 미실시가 30%, 안전관리 규정 위반이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았다. 특히 대학에서는 연구책임자가 사전 유해인자 위험분석을 실시하지 않은 실험실이 68%나 됐다고 한다.

더욱이 이공계 대학 실험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맡은 연구과제 실험을 지도교수나 안전관리 책임자의 감독 없이 혼자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실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안전관리가 허술한 대학 실험실들이 각종 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에는 ‘적당히’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이러다 큰일난다.

한편 대구과학교육원은 지난주 초·중·고·특수학교 과학실험실 담당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과학실험 안전연수를 실시했다. 과학실험실 담당자들이 실습과 안전체험, 토론을 통해 학교 과학실험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을 키우고자 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모든 학교급에 적용돼 과학실험실 활용 수업이 늘어난다.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시 안전으로 무장해야 한다. 평상시도 안전엔 예외가 없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