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피폭이 발병 원인 중 하나…요양급여 지급해야"

병원에서 20년간 방사선사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방사선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20년간 방사선사로 근무하면서 방사선에 지속해서 노출됐고 (엑스레이 등) 필름을 현상하는 업무를 하며 벤젠 성분에도 노출됐다"며 "A씨에게는 이런 방사선 피폭이나 벤젠 노출 이외에 달리 백혈병 발병의 원인이 될 만한 요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상 재해는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재해로,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자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 원인 물질이 있었는지 등을 고려해 '상당(타당한)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입증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사선 피폭 등이 적어도 백혈병을 발병하게 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백혈병 발생과 A씨의 업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1987년 5월부터 2007년 4월까지 병원 방사선과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했고 2012년 8월 만성 골수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서 근무하며) 방사선에 노출돼 백혈병이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이 A씨 업무와 백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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