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주)제일산업안전연구소 대표이사

최근 안전보건공단에서 운영하는 안전보건교육 종합정보시스템(http://www.koshats.or.kr)이 신규로 오픈됐다.

이 시스템은 각 계층별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며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는 각종 안전보건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층 대상 교육’이 메인 홈페이지에 첫번째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산재예방’과 ‘사업주의 역할’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 사실은 대한민국 산업안전보건법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의무’와 이에 관한 행정관청의 관리·감독 및 위반에 대한 처벌에 의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는 법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산안법의 의무 주체가 사업주인 점은 회사경영과 회사경영의 이익을 위해 고용된 근로자의 안전보건 확보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산안법이 최초 제정된 이후 1990년 1월 1차 개정부터 지난해 10월의 개정에 이르기까지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의 범위가 축소되거나 규제완화가 된 내용은 단 한차례도 없다.

그러나 산안법이 정부와 사업주, 근로자 모두의 의무인 것이 정답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이 듣기도 하고 스스로가 되뇌이기도 하는 유명한 문구이다.
회사경영을 하는 기업의 대표 혹은 사장이라면 산안법에서 말하는 ‘사업주의 의무’를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업주의 마인드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사소한 변화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연결지어 필자가 예전 대학원 수업 때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에피소드 한가지를 소개코자 한다.

창원에 위치한 직원 80명 규모의 금속제품 제조업체에서 중대재해가 크게 발생하자 그 회사의 대표는 그간 소홀했던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해당 대표는 근로자 및 관리감독자들의 각종 법정교육 이수는 물론이고 유명한 안전관련 강사들도 초빙해 세미나를 가졌으며 각종 안전관련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작업태도나 안전 분위기 조성에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고 소소한 사고들도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고 해당 대표는 근로자들에게 변화를 바라는 대신 자기 스스로가 변화하는 길을 택했다.

양복차림으로 출근해 사무실로 바로 올라가던 예전과 달리 작업복, 안전모, 안전화를 신고 1층 공장을 한바퀴 돌며 근로자들에게 눈인사를 한 후 사무실로 향했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점심식사는 구내식당에서 근로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아울러 격주에 한번씩은 야근 시간대에 공장에 들러 마찬가지로 직원들과 인사를 했다고 한다.

“우리 사장이 왜 저러나?”, “우리를 감시하려고 그러나?” 하고 처음에 오해하던 근로자들도 6개월 정도 대표의 행동이 지속되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이든 대표가 매일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나타나니 근로자들도 귀찮고 번거로워 착용 안하던 보호장구의 착용률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근로자와 대표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대화도 많아지며 작업환경, 생산성, 안전문제 등에 대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며 자연스럽게 사내 위험요소들을 합심해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창원의 금속제품 제조업체 대표는 2015년 당시까지 7년째 계속 같은 행동을 했고 해당 사업장은 2015년까지 4년 연속으로 사고가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다 보면 분명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산재예방’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사업주의 작은 변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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