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하고 오래된 곳…평소와 달리 객실 하나 빼고 꽉 차

사진 = 연합뉴스.

20일 이른 새벽 5명이 숨진 방화 참사가 벌어진 서울 종로의 여관은 쪽방과 마찬가지로 장기투숙자가 많이 이용하는 노후 건물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장여관은 종로구 종로5가 뒷골목의 여관 밀집지역에 있는 '철근-콘크리트조 슬라브' 구조의 낡은 2층짜리 건물이다.

등기부 등본을 통해 소유권을 확인해보니 1989년이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남아있는데, 이보다 더 전에 지어졌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현재 여관 주인인 김모(71)씨가 임대해 들어온 것은 2015년 2월이다.

면적은 1층 54.55㎡, 2층 48.9㎡로 총 103㎡ 정도다. 전체 객실은 8개이며, 창고와 객실 겸용으로 쓰는 '뒷방'이 하나 있다. 주인이 머무는 1층 입구의 내실까지 더하면 전체 방 수는 10개다. 각 방 넓이는 약 2평(약 6.6㎡) 정도다.

이날 203호를 제외하고는 객실에 '뒷방'까지 꽉 찬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와는 달리 이날 유별나게 손님이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있는 105호에서는 모녀지간으로 추정되는 3명이 한 방에서 참변을 당했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다. 객실 대부분은 침대 방식이 아닌 이불을 깔고 자는 방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새 곳곳에 많이 지어진 모텔 등과 비교하면 환경이 열악한 숙박시설인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장을 찾은 종로구의회 김복동 의장은 이 여관에 대해 "사실상 쪽방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자주 묵었다는 방화 피의자 유모(53)씨는 중국음식점 배달원이었다. 피해 투숙객들도 대부분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저소득층이라고 주변에서 오래 살았던 이들은 전했다.

해당 여관 투숙객 한 명을 평소 알고 지내 화재 당시 현장을 찾은 문모(60)씨는 "(지인이) 미싱사인데 1층 구석방에서 몇년 째 살았다"며 "부인, 아이들과도 연락을 끊고 사는 친구"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쪽방처럼 때때로 여관방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는 장기투숙객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사상자 10명 가운데 3명이 장기투숙객이었다. 이중 2명은 2년 전부터 투숙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급격히 번져 화재가 커진 가장 큰 원인은 유씨가 뿌린 인화물질 때문으로 보이지만 이곳에서 밥을 해먹던 장기투숙객들이 조리에 사용했을 연료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 주민은 "아마 장기로 (투숙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던 (부탄)가스같은 것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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