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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7.12.29 13:30 | 수정 2017.12.29 13:30
무술년 새 아침에 떠오른 상념들김상영 (사)한국안전교육강사협회 전문위원

‘파란만장(波瀾萬丈)’이란 말을 사전에선 ‘물결이 만길 높이로 출렁인다’는 뜻으로 ‘일이 진행되거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기복과 변화가 몹시 심함’이란 뜻으로도 병기했다. 지나고 보면 우리 인생사에서 어느해인들 나라 안팎이 늘상 평화로운 날들로 이어진 적이 있었을까마는 지난 한해는 특히 그 진폭이 유별난 한해였다. 우리 헌정사에 가장 큰 전환점을 초래한 촛불 민심을 파란만장이란 말만으로는 그 표현이 미진할 듯하다.

‘경천동지(驚天動地)’라든지 아니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를 첨가해야 할만큼 연일 놀라움 속에 해가 저물었다. 그러다 보니 모두들 얼떨결에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았을 성싶다. 부디 새로운 해에는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 땅에 전쟁운운하는 말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평화로운 한반도였으면 좋겠다.

해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것들이 한두가지이리요마는 뭐니뭐니 해도 우리의 미래를 가장 어둡게 하는 ‘저출산 문제’가 금년에도 온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은 필자가 본지를 통해 수차에 걸쳐 그 폐해를 지적한 바 있고 나름의 미봉책이나마 소견으로 피력한 적이 있었기에 더 이상 부연치 않으려 한다.

근자에 언론에 회자되는 논조를 보노라면 ‘노령층의 장수 추세’가 마치 ‘저출산 문제’와 버금가는 사회적 재앙인 것처럼 양비론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 언론들이 매우 중차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세계 최빈국이던 이 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일으킨 게 과연 어느 세대인가 반추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제의 압정과 만행에서 겨우 벗어나 광복을 맞았는데 동족간 처절한 전쟁을 치러야 했고 흔히 베이비부머라는 그들의 후손들이 고생고생 끝에 이제는 노령층으로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어찌하여 그들이 천수를 누리며 장수하는 게 우리 사회에 부담을 주는 뉘앙스로 매도 될 수 있단 말인가.

인도네시아 발리섬 화산폭발을 보며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 인도네시아 발리섬 화산폭발시 우리 정부 주도하에 신속하게 대처했던 긴급재난대응을 면밀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양 항공사 항공기 4대에 분승한 100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을 우리 땅으로 신속히 대피시킨 일이 뭐그리 대수냐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다음 얘기를 귀담아 들어 줬으면 한다.

가난했기에 요즘보다 더 추웠을 1963년 12월 21일 나라에 일자리가 없었던 때 광부가 돼서라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대부분 고학력인 1차 236명 근로자들이 3년 계약으로 김포공항을 이륙했다(파독광부의 노래·홍윤표 지음). 탑승한 비행기는 독일국적의 남의 나라 비행기였고 그로부터 서독행이 이어진 우리 근로자들은 2000m 지하의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때로는 막장이 무너지고 탄더미에 파묻혀 26명이 산업재해로 희생되는 슬픈 역사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1인당 GDP래야 고작 100$ 언저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어디 그뿐인가. 1년 후인 1964년 12월 6일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차관 조달차 서독방문길에 올라야 했던 바 그때까지 대한민국 국적 항공기가 한대도 없어 뤼브케 대통령이 보낸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이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초의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1969년 3월에야 설립됐으니 나라 형편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입증해 주고 있다.

그 구석진 발리섬에 평소 1000여명의 우리 국민이 관광길에 나설 만큼 여유로운 삶도 그렇거니와 시커먼 화산재가 난무하는 그 소굴에 우리 항공기를 급파, 신속히 수송할만한 국력을 갖춘다는 게 그리 쉽냐는 말이다. 나라를 이만큼 일으킨 세대가 흐르는 세월과 함께 노령에 접어 들고 있는데 그들의 장수를 축복해 주지는 못할망정 ‘무료 전철요금’ 수혜 노년층이라며 사회적 문제라 부추기는 부류들이 과연 제 정신인가.

2월 시행 ‘웰다잉법’과 ‘웰에이징’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새로운 법 ‘웰다잉법’이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즉 회복 가능성 없는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게 입법의 요지이니 고령화 시대와 부합하는 시의적절한 법일 듯하다. 일명 존엄사법이라고도 하는 이 법은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거니와 담당의사, 해당 분야 전문의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내린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 등 4가지의 연명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환자가 의식이 없을 경우에는 환자 직계 존비속의 가족 2인이 동의해도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대부분 환자들이 병원에서 맞는 임종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생을 마감하는 당자의 입장에서는 장수를 누리기까지의 행복한 삶(Well Being)을 거쳐 곱게 나이 들어(Well Aging) 평상시 당자가 생활하던 생활공간에서 별 고통없이 편안한 임종(Well Dying)을 맞는 것이 요즘 시대에 가능한 얘기일까. 스스로 지팡이를 짚고 병원과 약국을 왕래할 정도로 부담을 주지 않는 삶,이웃에게 조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의 삶,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고 지인들과 용서를 주고 받다 어느날 조용히 운명하는 삶을 선현들은 웰다잉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았음직하다.

참으로 공평해 빈부귀천 타박하지 않고 만인과 함께 하다 덧없이 망자의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 세월의 무상함일진대 장삼이사 속인들에게는 신기루 같기만 한 것이 웰다잉이 아닐는지….

그러기에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준비로 자신을 리모델링하기 바란다. 100세 장수시대에 특히 퇴직 이후 30여년이 진정한 웰다잉으로 향하는 지렛대임을 명념해 자신을 재무장하는데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yong413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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