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 지난해 시범운영 효과 커 올부터 대상 확대 노하우 공유

중대재해 조사 사업장 규모별로 수요 파악해
맞춤식 프로그램 제공해야 효과 거둘 수 있어

2016년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A씨는 동료를 구할 수 있었다는 죄책감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빠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잠이 들면 사고 관련 꿈을 꾸는 등 악몽에 시달렸으며 항상 구토증상을 호소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B씨도 불면증, 식욕부진, 감정폭발 등의 증상을 보였다. 극도의 예민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였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강하게 반응했고 특히 지나가는 구급차 소리에 심한 감정의 동요를 보였다.

회사 복귀는 고사하고 사고 장소에 다시 갈 자신도 없는 상태였다.

A씨, B씨뿐 아니라 사고를 경험한 이들은 “밤에 불을 끄지 못하겠다”, “누군가 나를 계속 보는 것 같다”, “그냥 계속 화가 나고 무섭다” 등을 호소한다.

이같은 사례는 산업재해 현장에서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이들이 겪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다. 언론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3명 중 1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투신 사망사고를 목격한 지하철 기관사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들어 본 내용이다.

반면 산업재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아직 이슈화되지 못해 대다수 국민들이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며 이러한 이유로 치유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매년 산업현장에서 8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재해를 경험하고 이중 950명 이상이 업무상재해로 사망하고 있다는 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사건을 직접 경험한 피해자뿐 아니라 사건을 목격한 사람, 1차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 희생자의 유족,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심지어는 경찰관과 소방관 등 응급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심각성은 더 커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는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사업장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지역 내 3개 사업장에 적용했다.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는 먼저 갑작스러운 사고를 경험한 이들의 충격정도를 평가하는 사건충격척도 검사를 활용해 3개 사업장의 실제 대상 근로자를 파악했다.

검사를 진행한 C사업장은 근로자 11명 가운데 2명은 정상, 1명은 부분외상, 8명은 완전외상으로 나타났으며 D사업장은 14명 가운데 9명이 정상, 1명이 부분외상, 4명이 완전외상으로 나타났고 E사업장은 18명 가운데 1명은 정상 2명은 부분외상, 15명은 완전외상으로 나타났다.

대구서부지사는 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를 위해 대구근로자건강센터와 함께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프로그램에 따라 상담사들은 사업장이나 치료받고 있는 근로자들의 병원을 찾아 피해자들의 심리적인 불안을 완화시키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이 진행되자 차츰 근로자들의 상태가 호전돼 불면증, 불안감 등이 사라졌으며 업무 복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반응을 얻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사건충격척도 검사를 재시행했을 때 부분외상 이상 소견자 74%, 완전외상 소견자 92%가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대구서부지사는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해 대상 사업장을 6개로 확대했다.

이와함께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근로자건강센터를 연계한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추진체계를 수립하고 프로그램 추진현황 및 필요성을 보고했다.

대구서부지사는 보고를 통해 중대재해 조사시 수요를 파악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는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는 안전보건공단이 건강증진사업과 연계해 관리프로그램 시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관리토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또 그동안 대구서부지사에서의 운영사례를 전국 근로자건강센터 관계자와 공유하기 위한 워크숍을 마련하고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를 통해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운영사례를 관계자들에게 알렸다.

이주영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장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와 주변 동료들이 스스로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을 공론화해 체계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이 전국에 확산될 수 있도록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그간 준비해온 상담매뉴얼을 토대로 지난 12일부터 두달간 대구·경북·부산지역 사업장을 대상으로 표준상담서비스를 시범·운영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오는 1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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