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 환자, 과중한 업무와 심적 부담으로 뇌출혈

해외출장 중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쓰러져 뇌출혈 진단을 받은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임수연 판사는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소방 방재설비 전문가인 김씨는 2013년 해외 선주 회사 등에 해양플랜트 설계나 시운전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입사했다.

그 직후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투입돼 현지 회사 사무실에서 자재 관리 업무를 맡았다.

김씨는 해외에서 생소한 업무를 맡은 데다 업무의 양도 많아 함께 간 동료들에게 어려움을 토로했다.

체류 기간 3개월 이내에 프로젝트를 마쳐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는데, 현지 회사의 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업무가 지연되기도 했다.

주 6일 근무에 주당 평균 60시간 넘게 일하던 김씨는 싱가포르에 간 지 두 달 만에 쓰러졌다.

현지 병원에서 뇌출혈 판정을 받고 귀국해서는 ‘모야모야병’과 혈관성 치매, 실어증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뇌 속의 특정 혈관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임 판사는 “원고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기한 내에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무리하게 업무를 계속하다 육체적, 정신적 과로와 부담이 유발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임 판사는 또 “비록 원고에게 기저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인지됐으나 이런 환자의 병적 혈관은 정상 혈관에 비해 약해서 혈압상승을 초래하는 큰 스트레스는 뇌출혈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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