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봉 안전보건공단 전남동부지사장

약 2개월 전에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음식점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는 근로자 몇 사람과 마주하게 되었다. 일하는 근로자 중 유독 한 사람만이 안전모, 안전화 등 안전보호구를 완전히 갖춘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사현장도 아닌 음식점 인테리어 작업하는 근로자가 안전보호구를 완벽하게 갖추고 일하는 모습을 이전에는 본적이 없었다. 이 광경이 너무 생소하고 뜻밖이여서, 그 분에게 관심과 격려의 말씀을 건넨 적이 있다.

이 근로자는 위험한 공사현장도 아닌 음식점 인테리어 작업장에서 귀찮았을텐데, 왜 안전보호구를 구비하고 작업을 하였을까? 행동심리가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근로자는 평소 안전습관이 몸에 배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다른 상황을 추측할 수가 없었다. 이처럼 습관이 일상의 삶에서 뿐만 아니라 안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하는 하나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2016년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통계에 의하면, 재해자는 90,656명이고, 사망자는 1,777명으로,  하루 평균 재해자 및 사망자는 각각 약 250명, 약 5명으로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매년 많이 발생하는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론적 근거를 토대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하인리히는 산업재해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하여 불안전한 상태로 인한 재해가 10%,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한 재해가88%, 불가항력적인 재해가2% 등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듀폰의 자체연구결과에 의하면, 산업재해의 96%가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명백한 것은 산업재해의 대부분이 불안전한행동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닐 것이다. 그럼 불안전한 행동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조직내에 산재해 있는 나쁜 조직습관을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조직습관으로 개선함으로써 불안전한 행동을 줄이는 방안을 시도해 볼 만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사람이 하는 행위의 99%가 습관에서 발현(發現)된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한번 형성된 습관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근원적인 재해예방을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생명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습관의 중요성을 포함한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는 어떤 수단을 통해 태도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용이(容易)하지만 성인이 되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알코아’라는 회사에서는 습관의 메커니즘을 토대로 안전관리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한 결과, 생산성도 향상되고 재해율이 미국의 제조업 평균의 1/2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재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한 대표적인 사례는 조직의 경직된 계급구조를 수평적 조직구조로 바꾸고, 모든 단위 조직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조직문화 조성에 있었다. 조직 구성원들 간에 원활한 소통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노․사간 신뢰를 구축 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그것이 재해예방에 튼튼한 기초가 되었던 것이다.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하나의 습관이 형성되는데 평균 66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습관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최소기간을 고려하여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측면에서 조직 내 산재해 있는 나쁜 습관들을 서서히 개선해 나간다면 재해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재해를 예방하는데 있어서도 기술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사람간의 소통 및 공감대 형성을 통해 조직습관을 변화시키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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