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손자의 학교폭력 은폐·축소사건이 학부모들 분노케 한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폭력은 엄중히 막아야 하므로 법으로도 상세히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최근 재벌총수 손자의 학교폭력 은폐·축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일파만파 사건이 확대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사가 학생들의 행동이나 분위기를 보고 학교폭력이라고 감지하거나 신고 및 목격을 통해 사안을 알게 될 때는 즉시 학교장 등에게 보고토록 하고 있다. 해당 학교장은 사안 인지 후 24시간 이내에 교육청에 보고하고 이를 학폭위에 통보해야 한다. 이후 전담기구 조사를 거쳐 학폭위가 학생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한다. 피해학생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반드시 학폭위에 회부토록 법률에 규정돼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 매뉴얼에는 사소한 장난이라도 어른들이 판단하지 말고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자가 원하면 즉시 통보토록 하고 있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떤 결과가 나오고 있는가.

학교측에서는 은폐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학교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기류가 압권이라는 것은 드러나는 사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번 숭의초교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지난 12일 시교육청이 발표한 숭의초교 감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수련회 폭력사건 발생 사흘 뒤 담임교사가 확보한 학생 9명의 진술서 18장 중 6장이 없어졌다. 4장은 목격 학생 2명의 진술, 나머지 2장은 가해 학생 2명의 진술이 담긴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학폭위 개최 현황에 따르면 시내 사립초등학교 39곳 중 지난해 학폭위 심의 건수가 하나도 없는 학교가 26곳이나 된다. 사립학교의 3분의 2 이상이 당해년도에 학교폭력이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는 국·공립초등학교 실태와 큰차이를 보인다.

물론 사고 0건이라면 좋은 것이겠지만 학폭위 신고 절차가 즉시 진행되는 상황인데도 학폭위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학교측이 학교폭력 사실 은폐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정부는 학교폭력 처리방안에 대해 확실한 방침을 밝혀줘야 하겠다. 지난 정부에서도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으나 기대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여러 가지 안전정책을 내놓긴 했으나 학교폭력 근절문제는 그 무엇보다 앞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숭의초교 사건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학생이 오히려 전학을 가야 하는 현상이 더는 계속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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