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도 대연각호텔 화재·세월호 참사 빼닮은 안전불감증이 문제였다

안전선진국 답지 않은 영국의 화재 참사로 세계가 경악했다. 런던 24층짜리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모습은 참담했다. 눈앞에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세월호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우리로서는 이것이 결코 남의 일일 수만 없는 것이다.

‘강 건너 불’이란 말이 있지만 이것은 비록 바다 건너 불일지라도 우리에게 뜨겁기는 영국인들 못지 않을 것 같다.

대형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쉽게 헤아릴 수 없다. 아파트에는 화재 당시 60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는데 영국 언론은 500명 가량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하고 사망자가 최대 100명까지 늘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아파트 한쪽 벽면을 타고 화염이 치솟아 올라가는데 건물 외벽에선 계속 잔해가 떨어져 나오는 것이 보인다. 뛰어 내리는 사람, 아이를 던지는 광경도 목격됐다고 한다. 이것이 아비규환이다.

우리도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본 적이 있다. 1971년 최악의 크리스마스로 기록된 대연각호텔 화재참사다. 성탄절 아침 1층 커피숍에서 발화한 불은 순식간에 22층 건물 전체로 번졌고 구조를 외치며 창가에 매달린 사람들은 꽃잎처럼 밑으로 날려 떨어지곤 했었다. 이 모습은 하루 종일 TV방송으로 생중계됐기에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이번 런던 아파트 화재는 리모델링 때 외벽에 붙인 복합패널이 불쏘시게 역할을 해 단시간에 건물 전체를 휘감은 화마의 요인이 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벽과 패널 사이 공간은 굴뚝 역할을 했다.

게다가 아파트 관리업체측은 화재 발생시 집안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게 안전하다고 주민들에게 안내했고 이번에 그대로 따르지 않은 이들만 탈출하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와 다를게 없다고 사람들이 지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화재경보는 울리지 않고 스프링클러도 없는 칠흑같은 고층아파트에서 주민 약 600명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해야만 했다. 임대아파트라서 안전대책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이런 저런 정황이 우리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것이 그곳에서도 이번 화재와 관련해선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이 확인됐다고 하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안전불감증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게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안전을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무슨 참사가 곧바로 찾아드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이번 런던 아파트 화재다.

이번 런던 화재사고를 반면교사로 우리는 안전에 대한 의식재무장을 다짐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안전불감증을 떨쳐내고 언제나 닥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에 합당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어물어물하다 정말 큰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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